성희롱·성폭력을 경험한 대학원생의 65.5%가 가해자가 교수였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경희대 성평등상담실에 따르면 최근 서울캠퍼스 남녀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대학원생 성인지 및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24.3%(76명)가 '학내에서 성희롱·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65.5%(36명)는 교수를 가해자로 지목했다. 선·후배가 가해자인 경우는 21.8%(12명)였다. 이 조사는 지난해 12월8일부터 올해 1월5일까지 남성 83명, 여성 23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성희롱·성폭력 유형으로는 수업 중 발언이 31건(40.8%)으로 가장 많았다. 술자리에서 술을 따르거나 마시라는 강요를 받은 경험이 26건(31.6%)으로 뒤를 이었다. 피해를 경험한 장소는 강의실, 연구실, MT, 회식 자리가 주로 언급됐다.
피해자의 대부분은 성폭력을 겪은 뒤 자리를 피하거나 아무 일이 없던 것처럼 넘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보복이나 불이익, 주변에 알려도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 등이 이유였다.
경희대는 조사 결과를 학내 교원들에게 전송하면서 "교수가 학업이나 졸업 후 진로와 밀접하게 관련돼있어 대학원생들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며 "일부 교원의 성차별적 발언이 학생들의 학업 동기와 자존감을 저하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희대 관계자는 "학교의 현 상황을 알아보는 한편 구성원을 대상으로 성인식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진행한 설문조사"라며 "구체적 피해 사례를 제보하면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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