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물림 사고, 최근 5년 동안 하루 평균 6건 넘어
전문가 "관리감독 안 되는 게 문제"
전문가 "관리감독 안 되는 게 문제"
"우리 개는 안 물어요."
"순한 개니까 무서워하지 말고 지나가세요."
목줄을 채우지 않거나 또는 길게 늘어뜨린 채 애완견을 데리고 다니는 '견주'들의 단골멘트입니다.
비좁은 골목길에서 마주쳐도 안거나 목줄을 줄이긴 커녕 웃으며 "괜찮다"고만 말합니다.
정작 상대방은 겁에 질려 있는데도 견주는 "괜찮다"는 말을 반복합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하루 평균 6건이 넘는 개 물림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반복되는 '개물림', 언제까지?
최근 경기 남양주시에서 50대 여성이 대형견에 목덜미를 물려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22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 야산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50대 여성을 행인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습니다.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50대 여성은 목 뒷덜미에서 많은 피를 흘려 심정지 상태였습니다.
응급처치 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시간여 만에 숨졌습니다.
무게 30㎏가량인 이 개는 인근 사육장에서 탈출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사육장 주인이 "내가 기르던 개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경찰은 개 주인을 찾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경기 양주시에서 6살 어린이와 40대 친척이 길을 지나가다가 진돗개와 골든리트리버 등 개 2마리에게 공격당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해당 사건은 개 목줄이 풀리면서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같은해 배우 김민교 씨가 기르던 반려견이 80대 노인을 무는 사고도 일어났습니다.
이 노인은 허벅지와 양팔 등을 물려 수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숨졌습니다.
같은해 서울 은평구 한 골목길에서 맹견으로 분류되는 로트와일러가 인근에 있던 소형견을 물어 죽인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2017년에는 한식당 한일관 대표였던 50대 여성이 가수 최시원 씨 가족의 애완견인 프렌치 불도그에 물린 뒤 패혈증으로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1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목줄이나 입마개를 하지 않은 개들에게 물려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가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개 물림 사고로 인한 신고 접수는 2016년 1019건, 2017년 1046건, 2018년 1962건으로 집계됐습니다..
"관리감독 역할 아무도 안 해"
개물림 사고가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견주에게 더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지난해 3월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견주는 반려견 안전관리 위반으로 사람을 숨지게 했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다치게 했을 때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반려견의 목줄과 입마개 착용 또한 의무화됐습니다.
다만 입마개 착용은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 △로트와일러와 그 잡종 등에 대해서만 의무화돼있습니다.
그러나 강화된 규정이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위협을 느낀 시민이 반려견 목줄 미착용 건을 경찰에게 신고해도 개 주인이 현장을 떠나거나 단속을 거부하면 강제로 과태료를 부과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연암대학교 동물보호계열 이웅종 교수는 "관련법은 있지만 실질적으로 관리감독 역할을 하는 기관이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개물림 사고와 관련해서는 어떠한 부처나 기관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고 서로 영역이 아니라며 미룬다는 뜻입니다.
반려견에 목줄을 채우지 않은 주인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개파라치 제도가 지난해 도입될 뻔 했지만 논란 끝에 폐지됐습니다.
신고과정에서 지역 주민간 갈등을 조장하고 사생활 침해, 몰카 악용 등의 우려가 제기되면서 시행이 유보됐었습니다.
결국 현재로선 목줄을 하지 않아도 딱히 처벌할 방법이 없습니다.
심지어 목줄을 채워도 무용지물인 경우도 많습니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12조에 따르면 반려견의 목줄 또는 가슴줄은 해당 동물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기준이 없이 '효과적'이라고 명시돼 있기 때문에 모호하게 적용될 수밖에 없습니다.
목줄 제품은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지만 대다수는 소재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 강도나 장력에 대해선 확인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 이상은 기자 / leestellaaz@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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