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이나 폭행이 없었어도 대중교통 같은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을 추행한 사람에게 징역형 또는 벌금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한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1일 헌재는 A씨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1조에 대해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17년 9월 서울 합정역에서 당산역 방향으로 진행하는 지하철 안에서 20대 여성을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A시는 피해여성 옆에 앉아 손가락으로 허벅지를 만지는 등 추행한 혐의를 받는데, 1심과 2심 모두 A씨에게 벌금 150만원과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
이후 A씨는 상고하면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1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했지만 모두 기각되자 2019년 11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해당 조항은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이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추행'은 추상적 개념으로서 다른 구성요건을 함께 고려해야만 그 의미를 구체화할 수 있는데, 심판 대상 조항은 행위자가 폭행·협박 등 수단을 사용했는지 여부와 피해자가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 등에 관해 추가적인 구성 요건을 두고 있지 않아 추행 의미가 불명확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또 범죄의사가 없는 우연한 신체접촉만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될 우려가 있는 만큼 심판 대상 조항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도 했다.
그러나 헌재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 법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떤 행위가 심판 대상 조항의 '추행'에 해당하는지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 성별·연령·객관적 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되는 만큼 추행의 고의가 없는 우연한 신체접촉만으로는 처벌되지 않는다"며 "공공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강한 불쾌감과 수치심을 주는 행위로, 이 같은 행위를 형사처벌하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것은 중대한 공익"이라고 덧붙였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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