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공사가 작년 말 계약 만료 이후에도 계속 영업 중인 인천 운서동 소재 스카이72 골프장에 대해 1일 중수도 공급을 차단하는 강제 절차에 착수했지만 스카이72측은 영업을 강행했다.
인천공항은 김영재 스카이72 대표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고, 토지사용허가를 받지 않은 스카이72의 골프장 영업허가 등록을 취소하지 않고 있는 인천시 담당과장을 검찰에 고소했다. 나아가 인천공항은 불법 영업으로 선의의 피해를 보고 있는 골프장 예약자에 대한 책임은 골프장 측에 있고, 불법 영업으로 벌어들인 부당수익은 철저히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스카이72측은 "인천공항과 부동산 인도 소송, 협의 의무 확인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인천공항공사는 민간기업 위협 행위를 중단하고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을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인천공항공사(사장 김경욱)는 1일 오전 5시, 스카이72 골프장에 공급하던 중수도를 끊었다. 중수는 상수 바로 아래 단계의 수질로 골프장 잔디 관리에 주로 사용된다.
인천공항은 지난 2월 23일 스카이72측에 4월 1일부터 불법 영업을 중단하라고 통보했으나 거부하자 영업을 막기 위한 강제 절차에 들어갔다.
이날 중수도 중단 조치를 내린 인천공항은 김경욱 사장이 직접 현장에 나와 영업 중단 조치 배경과 향후 대응 계획을 밝혔다.
같은 시각 바다코스 진입로에는 스카이72측 직원과 후속 사업자인 KMH 신라레저측이 나와 선전전을 폈지만 우려했던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김경욱 인천공항 사장은 "2월 23일 스카이72에 4월1일부로 영업중단을 통보했으나 불법적인 영업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계약기간이 종료된 사업자가 막무가내식으로 공공자산을 무단점유하고 있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공공기관의 장으로서 올바른 도리가 아니다"면서 강경대응 의지를 밝혔다.
김 사장은 "스카이72가 점유하고 있는 토지는 인천공항 자산이자 국민의 재산"이라면서 "공공의 이익이 사적 이익을 위해 침해되는 상황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면서 김 사장은 "국민 재산권을 침해하면서 공정한 업무집행을 방해하는 스카이72 김영재 대표를 업무방해 혐의로 인천경찰청에 형사고소하고, 재산세를 납부하고 있는 인천 소재 기업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인천시 담당 과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인천지검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중수도 공급 차단을 강제 조치 수단으로 활용한 배경에 대해서는 "스카이72의 불법·부당한 행위에 대해 공사가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면서 "그동안 공사가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했던 중수도 공급을 중단했고,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전기 상수도 등 설비 중단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갈등 핵심은 작년 연말 끝난 계약 연장 여부
인천공항공사와 스카이72는 작년 12월 31일 종료된 골프장 계약 기간 연장 여부를 놓고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스카이72측은 "실시협약상 정부방침 등이 변경되면 협약을 변경할 수 있는 조항이 있는데 제5활주로 건설이 늦춰진 것은 정부방침 변경에 해당한다"면서 계약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김경욱 사장은 "지난해 스카이72측에서 계약 연장을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았다"면서 "재협약은 일방의 요청으로 성립되지 않고, 신규(후속)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도 스카이72측에 참여할 것을 설득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사장은 계약 만료는 협약서상 명백하다고도 했다.
이날 김 사장이 공개한 실시협약서(2014년 2월 7일)에 따르면 사업시행자(스카이72)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토지를 사용하고, 골프장 시설은 토지사용 기간이 종료됨과 동시에 국가 또는 공사에 귀속해야 한다. 또 사업시행자는 토지사용기간 종료 1개월 전까지 소유권 이전절차 등 제반 시설 귀속절차를 이행하도록 했다.
하지만 스카이72측은 공항시설의 불가피한 확장계획, 정부 또는 공항공사의 불가피한 계획변경에 의해 토지사용기간 단축이 불가피한 경우 상호 협의해 조정이 가능하도록 한 단서 조항을 근거로 계약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측은 "단서조항은 토지사용 기간 단축에 관한 것"이라면서 "토지사용기한을 다 채운 상황에서 계약 연장은 근거가 없어 재협약 대상이 아니고, 협약서에 제5활주로에 관한 내용도 없다"고 일축했다.
인천공항공사와 스카이72가 4개월째 갈등을 이어가면서 애꿎은 골프장 예약자들이 선의의 피해를 보게 됐다. 스카이72측은 인천공항공사의 영업중단 통보는 효력이 없다며 예약을 강행하고 있다. 이날도 300명이 예약을 한 상황이었다.
김경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스카이72는 4월 1일부터 손님을 받지 말아야 하는데 계속 받고 있다"면서 "이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영업 중단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예약금지 가처분 신청, 통장 압류 등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그래도 안되면 시설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골프장 갈등이 해결될 때까지 국민에게 공원으로 개방할 뜻을 시사했다.
이때문에 스카이72 직원들은 양측 갈등이 법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골프장이 공원으로 개방되면 고용 불안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공사의 영업 중단 조치를 비판하고 있다.
스카이72 노사협의회는 이날 오전 바다코스 진입로에서 "영업 취소 권한이 없는 인천공항이 단수 조치에 이어 공원화를 요구하고 있고, 현재 진행중인 소송이 마무리되기까지 4~5년이 걸릴 수 있는데 그때까지도 고용 보장이 되겠느냐"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김경욱 사장은 "공원 개방 기간은 길게 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완전 고용을 약속한 후속자업자측에서 현재도 채용 진행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사장은 "휴업 기간에도 보상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간사업자인 스카이72는 2002년 7월 공사와 실시협약을 맺고 인천공항 지원시설인 제5활주로 예정부지(269만3000㎡)와 신불지역(95만5000㎡)에 정규코스 72홀, 연습코스 9홀, 연습장 등을 조성했다. 소유권 이전(또는 철거)를 전제로 한 BOT(Build Operate Transfer) 사업에 따라 스카이72측은 2005년 8월부터 15년간 골프장을 운영해 왔다. 이 기간 스카이72는 매출 9599억원, 당기순이익 1644억원을 달성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에는 해외 골프 수요를 흡수하며 매출액이 9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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