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왜곡 논란으로 설민석이 하차한 '벌거벗은 세계사'가 또 역사 논란에 휩싸였다.
박흥식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tvN의 '벌거벗은 세계사' 프로그램에서 흑사병을 다룬다기에 어제 부분적으로 보고 오늘 아침 재방송을 봤다"고 입을 열었다.
흑사병을 10년 넘게 공부했다는 박 교수는 "중세 말기 유럽을 전공한 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건 정말 아니다 싶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세사회에 대한 이해도 거의 없고 당시 사료도 해석할 줄 모르는 한 의사가 청취자들에게 왜곡된 인식만 키웠다"고 썼다. 또 내용·구성도 별로였다고 했다.
박 교수는 "흑사병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목표였던가?" 반문한 뒤 "통계나 병인학적 측면에서도 최근 해석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카파 공성전에 대한 자료는 현장에 있던 사람이 기록한 것이 아니고 신뢰할 수도 없는데 마치 역사적 사실인양 해석해 나쁜 것은 다 아시아에서 왔다는 잘못된 인식을 고착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는 "흑사병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르네상스라는 희망이 시작되었다고?(동시대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따지자면 르네상스가 시작한 후 흑사병이 발생하였죠.)… 구체적으로 지적하려 들면 끝도 없을 듯하고 그럴 가치도 없다"고 썼다.
그러면서 "설민석이 문제인줄 알았더니 이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것이 문제인 듯 하다"고 꼬집었다.
또 "미안한 말이지만 엉터리로 역사적 주제를 전달하려면 프로그램을 당장 폐지해야 옳다"며 "아니면 이 프로그램 제목에서 세계사라는 단어만이라도 빼서 역사를 다루는 방송이라는 오해를 막아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앞서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의 클레오파트라 편에 대해 고고학 전문가인 곽민수 한국 이집트학 연구소장은 "사실관계 자체가 틀린 게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언급하기가 힘들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 역시 "제가 자문한 내용은 잘 반영이 안 돼 있는 것 같다"며 "그냥 보지 마시라"고 조언했다.
이에 tvN 측은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해 자문단을 늘려 이들의 의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으나 한 달여만에 재개한 방송에서 비슷한 지적을 또 받은 것이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boyondal@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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