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아이스하키 동아리 관련 10명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서울 고려대 캠퍼스에서 지난 17일 동선에 포함돼 선별 검사를 받은 기숙사 행정고시동에 거주하는 학생들을 강제 귀가 조치하면서 학생들 사이 큰 혼란이 빚어졌다.
앞서 이날 고려대 등에 따르면 안암학사 관리운영팀은 학생들에게 "(학교 내) 기숙사 행정고시동 확진자의 동선에 포함됐다"는 안내 문자메시지를 발송, 기숙사 식당 등을 포함한 기숙사 시설을 폐쇄했다.
이에 성북구청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중교통을 피하고, 기숙사에서 자가격리를 하라는 '권고'를 받은 기숙사생들은 갑작스러운 학교 측의 퇴출 통보에 '오도 가도' 못 하는 신세가 됐다.
고려대 학생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이튿날인 18일 '어제 고시동 폐쇄는 왜 그런 식으로 한 거죠?'란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쓴이는 "진짜 정말 너무 이해가 안 돼서 글을 올린다. 단순 면피성 행위, 귀찮아서 이러는 거 아니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운을 뗐다.
글쓴이에 따르면 학교 측은 전날 오후 6시께 학생들에게 오후 8시까지 기숙사에서 퇴장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글쓴이는 "학생들이 모두 근처에 사는 사람도 아니고, 지방에 사는 학생들도 있는데 2시간 안에 (집에 갈) 방법을 찾아서 나갈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퇴장을 통보한 시간은) 검사 결과가 안 나온 시점으로, (학생들은) 양성인지 음성인지도 모르는 상태였다"며 "학생들의 귀가 방식을 안전하게 통제한 것도 아니고, '그냥 알아서 가라'였다"고 폭로했다.
또 "혹시라도 양성인 사람이 멋대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집에 갔으면 어쩌려고 그랬냐"며 "추가 확진자가 있는지 없는지 확신을 못 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을) 다른 데로 보내면 어쩌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한 학생은 답글을 통해 "보건소에서 검사 후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숙사에서 자가격리하라고 안내받았고, 대중교통도 이용하면 안 된다 해서 월곡부터 고시동까지 걸어왔다"며 "그런데 학교는 자가격리 대상자들에게도 8시에 나가라며 '보건당국 말에 앞뒤가 안 맞는다', '불가피한 경우 대중교통 타도 된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다수 학생들에 따르면 학교 측은 전염 우려로 귀가를 거부하는 학생들에게 '집이 제일 안전하다', '너네 가족 사랑이 정말 대단하다', '집 가서 방역수칙 잘 지키면 가족들한테 전염 안 된다', '대중교통 타고 집 가던지 집이 지방이면 친구 집에서 자라'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논란에 고려대 측은 "고시동 폐쇄 및 학생들의 귀가 조치는 학교 측의 일방적 결정이 아닌 성북보건소 방역팀장과 논의하여 내린 조치"라며 "폐쇄 결정 후 퇴소까지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두지 못한 것은 학생들의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코로나19 확산세가 점차 거세지면서 이날 신규 확진자 수는 300명대를 돌파했다. 이같은 급증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본격화했던 지난 8월 29일(323명) 이후 81일 만으로, 전국 '3차 대유행'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정은 기자 1derland@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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