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학원에서 '환경미화원 채용시험 달리기 때문에 시험전 약물 복용해야겠다'고 얘기하는 것을 3번 정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채용 때 도핑테스트를 안 한다는게 도무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2년째 환경미화원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황 모씨(32)는 "취업준비생들 사이에 약물 복용 얘기가 나오는데 도핑테스트가 없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한 환경미화원 시험 체력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94점을 받았지만 탈락했다고 했다. 현역 환경미화원 김우민 씨(가명·30)도 "경찰, 소방관 채용과 달리 환경미화원 채용에 도핑테스트가 없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2일 매일경제가 서울지역 25개 자치구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22곳에서 제출받은 환경미화원 채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채용 체력시험이 전체 평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70%였지만 답변 기관 모두가 도핑테스트를 실시하지 않고 있었다. 일부 지자체는 환경미화원 채용 기준을 '만 30세 이상' 등으로 자의적으로 설정해 청년 취업준비생들에 대한 차별이라는 논란도 제기된다. 초봉 5000만원내외 연봉으로 취업난 속 청년층에도 인기를 얻는 환경미화원 채용과정이 '기회의 공정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관악구는 올해 초봉이 5450만원(고정 상여금 등 포함)인 무기계약직 환경미화원을 채용했고 경쟁률이 6.7대1를 기록했는데 도핑테스트는 없었다. 20kg 모래마대 메고 25m 왕복달리기, 윗몸일으키기, 1100m 달리기 등으로 구성된 체력시험은 전체 평가의 50%를 차지했다. 관악구는 미실시 이유에 대해 "(다른)시행 자치구가 없다"고 했다.
송파구도 지난해 초봉 5466만원의 환경미화원을 채용하면서 왕복50m달리기와 윗몸일으키기로 구성된 체력시험(비중 40%)을 실시했지만 도핑테스트는 실시하지 않았다. 송파구청은 "청소 작업에 필요한 기본 체력측정시험으로 측정 항목도 적어 도핑테스트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구로구는 체력시험 비중이 70%에 달하는데도 "지자체 재량"이라며 약물검사를 하지 않았다. 성동구는 '전문인력 부족'을, 노원구와 중랑구는 예산 문제와 자체 기준에 도핑테스트 항목이 없다는 이유를 댔다. 지난해 환경미화원을 채용한 영등포구는 약물을 금지한다고만 밝혔다.
반면 경찰이나 소방관이 될 때는 도핑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경찰공무원과 소방공무원 채용시험의 경우 지난 2015년부터 남성호르몬 스테로이드 등 24개 약물 사용을 금지하며 도핑테스트가 실시되고 있다. 약물 사용이 발각될 시 합격 취소 등 조치와 함께 5년간 국가공무원 응시자격이 정지된다. 당시 인사혁신처는 "약물사용을 통한 부정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차단하기 위해 도핑테스트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과 소방공무원은 체력시험 비중은 각각 25%, 15% 수준으로 환경미화원보다 오히려 더 낮다.
일부 지자체는 도핑테스트 도입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광진구와 도봉구는 그간 도핑테스트를 실시하지 않았지만 도입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혀왔다. 강북구도 올해 신규채용과 관련해 "통상적 수준에서 신체검사 등 실시"한다면서도 "도핑테스트 도입 필요성 검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자체마다 환경미화원 채용 나이 기준도 제각각이었다. 은평구는 올해 '만40세~50세'를 대상으로 환경미화원을 채용했다. 은평구는 "생애주기중 경제력이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나이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성북구·중구·관악구·구로구는 채용대상 나이를 '만 30세 이상'으로 했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20대는 군 입대도 있고 이직율도 고려해야 한다"며 "30대 이상이면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중구 측은 "어린 나이에 채용되는 경우 퇴사가 많다"고 했고 구로구는 "지자체 재량"이라고 설명했다. 20대 청년들의 입장에선 불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일부 지자체는 기회의 공정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에 따라 나이 기준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었다. 올해 채용대상 나이를 '만 30세~50세'로 규정한 강북구는 "책임감 및 업무수행능력 등 고려해 나이를 제한하고 있지만 향후 확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서초구는 나이 제한이 2017년에는 만 30세 이상으로 했다가 지난해 도리어 만 40세 이상으로 높였다. 서초구 측은 "올해 채용시에는 해당 나이제한을 폐지하고 만 20세 이상으로 고치겠다"고 밝혔다. 노원구도 지난해까지 채용대상 나이를 '만 30~50세'로 유지해왔지만 올해부터는 '만 20~59세'로 늘리겠다고 밝혀왔다.
한편 용산구는 2011년 이후 환경미화원을 신규채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강남구, 종로구는 정보공개청구 1차 답변시한 내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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