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동안 보도블록 속에 숨어 있던 풀들이 봄이 되니 밖으로 나왔구나. 우리는 코로나19 때문에 나가지도 못하는데 너희들은 참으로 용감하구나'
대구 수성구에 사는 조선희(79) 할머니가 쓴 시 작품 '그래도 봄이다'의 일부분이다. 일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늦깎이로 글을 배운 조 할머니는 이 작품을 통해 올해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상을 휩쓸었다. '대구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는 대구시장상을,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최우수상(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대구의 할머니들이 늦깍이 배운 글로 용기와 희망을 전하는 시 작품을 선보여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최순자 할머니의 시 '내 인생 새 출발'(사진출처-대구시)
올해 '대구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에서는 조 할머니를 비롯해 김영자(79) 할머니의 시 '철갑옷을 벗는 기쁨', 최순자(77) 할머니의 '내 인생 새 출발' 세 작품이 최고상인 대구시장을 받았다.조 할머니는 '그래도 봄이다' 라는 작품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집에만 머물던 답답한 심경을 봄이 되자 골목에서 자라나는 풀들을 보며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있는 모습을 의인화로 표현했다. 최 할머니는 '내 인생 새 출발'이란 작품에서 한 평생 학교 대신 부엌, 연필 대신을 주걱을 쥐고 살아 온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늦깍이 배움의 즐거움을 시로 담았다.
김영자 할머니의 시 '철갑옷을 벗는 기쁨'(사진출처-대구시)
김 할머니는 '철갑옷을 벗는 기쁨' 이란 작품을 통해 한글을 배우며 알아가는 것이 무겁게 짊어 진 철갑옷을 한겹 두겹 벗는다는 즐거움으로 표현해 배움을 통해 코로나 19를 이기고 세상과 소통하겠다는 희망를 전했다.올해는 코로나19 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시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달하는 위로와 응원이라는 주제로 공모를 실시했다. 대구에서는 150여 명의 성인문해교육 프로그램 학습자가 참여해 12명이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이들의 수상 작품은 대구평생교육진흥원 온라인 시화전 사이트에서 감상할 수 있다. 소감과 응원 메세지 이벤트도 다음달 16일까지 진행한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할머니들의 수상 소식과 작품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권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으로 글을 깨우치시고 스스로 배움의 길을 찾아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는 어르신들이 바로 이 땅의 주인공"이라며 "평생 쥐고 온 주걱 대신 연필을 들고 무겁게 지고 오신 무학(無學)이라는 철갑옷을 한 겹, 두 겹 벗으시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신 어르신들이 희망찬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대구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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