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인터넷사이트 '디지털교도소'의 운영자를 인터폴 국제공조수사를 통해 베트남에서 검거했다. 디지털교도소는 성범죄·아동학대 등 강력사건 범죄자의 신상을 임의로 공개하는 사이트다. 해당 사이트 운영자는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거나 실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의 신상까지 무단으로 공개해 명예훼손 혐의를 받아왔다.
경찰청 외사수사과는 22일 오후 6시(현지시간) 베트남 공안이 현지에서 귀가하던 피의자 A씨를 검거했다고 23일 밝혔다.
30대 남성인 A씨는 디지털교도소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 계정 등을 개설·운영하며 법무부의 '성범죄자 알림e'에 게재된 성범죄자와 디지털성범죄·살인·아동학대 피의자 등의 신상정보 등을 무단으로 게시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를 받는다.
해당 사이트는 특히 범죄 혐의가 확인되지 않은 고려대 학생의 신상을 공개해 해당 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아울러 채정호 가톨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성착취 동영상 구매를 시도했다는 내용과 그의 신상을 올렸으나 경찰 수사를 통해 채 교수의 누명이 밝혀진 사례도 있다.
숨진 고려대 학생의 생전 고소를 접수한 대구지방경찰청은 지난달 6일 A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경찰은 A씨가 지난해 2월 캄보디아로 출국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캄보디아 인터폴과 본격적인 국제공조수사를 시작했다.
경찰은 이후 지난 7일 A씨가 베트남으로 이동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베트남은 공안부 대외국에 한국인 사건 전담부서인 '코리안 데스크'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다. 경찰은 즉각 코리안데스크에 피의자 검거를 요청하고 인터폴 적색수배서를 발부받았다.
베트남 공안부는 코리안데스크와 외국인전담추적팀을 호치민에 급파했다. 수사팀은 A씨 은신처를 파악해 그로 추정되는 사람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했고, 한국 경찰이 그를 피의자로 특정하자 검거에 나섰다. 경찰은 현재 A씨의 송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이번 체포는 해외로 도피한 피의자를 인터폴과 국제공조수사해 추적 20일만에 신속히 검거한 사례로 꼽힌다. 경찰 관계자는 "베트남은 인터폴 적색수배를 근거로 범죄인의 체포가 가능한 국가 중 하나"라며 "피해자가 사망하는 등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베트남 공안부 측에서 적극적으로 조치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에도 인터폴을 비롯한 국내외 다양한 기관과의 적극 공조를 통해 국외도피사범 추적과 검거에 최선을 다하고 '범죄자는 결국 처벌 받는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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