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를 품고 있는 팔공산은 5년째 구름다리 설치를 놓고 대구시와 환경단체가 갈등을 빚고 있다. 2015년 대구시가 처음으로 구름다리 설치 계획을 발표하자 생태계 훼손 등을 이유로 시민단체가 강력하게 반발하면서다. 찬반 논란이 수년째 이어지자 대구시는 지난해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를 주제로 시민 400여명이 원탁회의를 갖고 찬성 60%, 반대 32%로 투표 결과가 나오자 사업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구시가 올해 구름다리 설치 사업을 하자 시민단체들은 또다시 반발하고 있다. 대구경실련은 18일 성명서를 내고 "대구시는 시대에 역행하는 무모한 토목사업에 불과한 구름다리 설치 결정을 철회하고 이 사업을 완전히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연 경관의 관광 자원화를 위해 구름다리나 출렁다리 등 구조물을 놓으려고 하자 거센 찬반 논란에 부딪히고 있다.
속초시 영랑호 생태탐방로 조감도. [사진 제공 = 대구시]
지자체들은 다리 구조물의 관광객 유인 효과가 큰 만큼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시민단체들은 "경제적 효과는 없고 경관과 자연환경만 훼손할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대구시는 시민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올해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지난 2일 공원위원회에서 팔공산 자연공원 계획 변경안을 심의해 구름다리 공원시설 설치도 결정한 바 있다. 이달 중 시설 결정 고시에 이어 관련 행정절차를 거쳐 연말께 착공할 예정이다. 준공은 2022년 6월이 목표다. 대구시 계획안에 따르면 팔공산 구름다리는 사업비 140억원 들여 케이블카 정상에서 낙타봉까지 폭 2m, 총 길이 320m 규모로 건설된다. 대구시는 구름다리가 설치되면 팔공산 관광객 유치와 함께 동화사, 갓바위 등 문화유산을 활용한 관광자원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구경실련은 "대구시는 철 지난 유행으로 전국 각지에서 한계가 드러난 구름다리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언택트 여행 시대에 대규모 관광객 집객을 명분으로 무모한 삽질을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해안 대표 호수인 강원 속초시 영랑호도 부교 형태인 탐방로 설치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속초시는 40억원을 들여 영랑호를 가로지르는 부교와 호수 주변 데크, 조류관망대·야외학습장 등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실시설계용역을 진행 중이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 완공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환경단체들은 "탐방로 사업을 중단할 때까지 무기한 시위를 하겠다"며 강력 반발하는 중이다. 영랑호가 멸종위기동물인 수달(천연기념물 330호)과 수리부엉이(천연기념물 324-2) 등 많은 야생동물의 삶의 터전이고 철새 도래지이기 때문에 탐방로 건설은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반대 여론이 확산되자 속초시는 부교 설치 장소도 철새 도래지 인근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기고 사람과 철새가 공존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충북 충주시가 충주호에 건립하려는 출렁다리도 일부 주민들의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충주시는 현재 시비 2000만원을 들여 충주호 출렁다리 건립을 위한 기본 계획과 타당성 용역을 진행 중이다. 충주시는 2022년까지 종민동에서 목벌동을 잇는 331m 출렁다리 놓은 뒤 자연휴양림 등을 연결하는 새로운 관광상품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재산권 행사 제약 등을 이유로 피해를 입게 된다며 일부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어 갈등을 빚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관광자원화를 위해 다리 건설에 적극 나서는 것은 케이블카, 모노레일 등에 비해 예산이 절감되고 관광객 유치 효과가 뛰어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4월 개통한 충남 예산의 예당호 출렁다리가 대표적이다. 예당호 출렁다리는 402m로 국내 최장 다리라는 소문이 나면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올해 초까지 300만명이 다녀가기도 했다. 이 밖에도 강원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와 경기 파주 감악산 출렁다리도 한 해 수십 만명에서 많게는 100만 명이상이 찾는 지역의 대표 관광명소가 됐다.
[대구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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