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1~2등 해야 의과대학에 갈수 있는게 지금의 입시 현실이기는 하다. 지방 의대 합격점수가 서울대 공대를 앞지른 것도 한참됐다. 그래서 의사들은 똑똑한 전문가 집단이고, 한국의 의료수준이 선진국과 겨뤄도 될 만큼 높다는 것은 온 국민이 인정하는 바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엄중한 시기에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13일째 파업을 이어가면서 국민의 시선은 따가워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의사협회 산하 연구기관이 의사들의 특권의식을 드러내는 게시물을 SNS에 올리며 여론전에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의료정책연구소는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정부와 언론에서 알려주지않는 사실:의사파업을 반대하시는 분들만 풀어보세요'라는 문제풀이 형식의 게시물을 올렸다. 1번은 '당신의 생사를 판가름 지을 중요한 진단을 받아야 할 때, 의사를 고를 수 있다면 누굴 선택하겠습니까'라는 질문이었다. 선택지로는 'ⓐ매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창시절 공부에 매진한 의사'와 'ⓑ성적은 한참 모자르지만 그래도 의사가 되고 싶어 추천제로 입학한 공공의대 의사'를 제시했다.
2번은 두 학생이 의사가 돼 각각 다른 진단을 내렸다면 누구의 의견을 따를 것인지를 묻는것이었는데 ⓐ'수능 성적으로 합격한 일반의대 학생'과 ⓑ'시민단체장 추천을 받아 시험을 치르지 않고 입학한 공공의대 학생'이라는 선택지가 주어졌다.
시·도지사 추천설, 시민단체 추천설로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는 공공의대 정책을 비판하기위한 의도라지만 너무 나갔다. '전교 1등'이 의사의 최고 자질인양 홍보하면서 특권의식, 학력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게시물에는 "수능 잘 보면 수술 잘 하나" "얼마나 성실히 의술을 닦았느냐와 어떤 마음으로 환자를 대하고 의술을 행하는가가 중요하지 수능 점수 몇점 더 맞은게 실력인가" 등의 비판 댓글이 달렸다.
의사들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한다는 직업윤리를 저버리고 자신들의 이익을 앞세우고 있는 기저에는 특권의식, 엘리트의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코로나 19 재유행으로 의료공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의사들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않는 어설픈 여론전을 펼치기보다는 의료현장으로 복귀해야한다. 대안과 해법 없이 국민 생명을 볼모로 잡고 기득권 지키기에만 골몰해서는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이 위기가 지나가고 난 후 정부와 의료계는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첩약 급여화, 원격의료 확대 등 4대 쟁점에 대해 원점에서 재논의하는 것이 옳다. 정부도 각종 논란으로 흠집이 난 공공의대 설립에 대해 새로운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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