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깜깜이 감염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유통업체에서 정작 확진자 방문 사실을 고객과 현장 직원들에게 제 때 제대로 알리지 않아 비판이 일고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서울의 한 대형 유통업체 지하 식당가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갔다. 홀로 30여분간 식당에서 식사를 한 해당 손님은 이후 코로나19 검사를 통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23일 방역당국은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을 해당 업체에 통보를 했다.
그러나 유통업체 측은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을 식당가 입주업체 직원들은 물론 고객들에게 따로 알리지 않았다. 확진자와의 밀접접촉자가 없었다는 방역당국의 통보를 받았다는 게 그 이유였다.이 회사 관계자는 "밀접접촉자가 없을 경우 확진자의 동선을 따로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대구의 한 백화점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백화점은 손님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사실을 확인했지만, 며칠 뒤에서야 그 방문 사실을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이 때도 확진자의 밀접접촉자 통보를 방역당국으로부터 따로 통보받지 않았다는 게 백화점에서 즉시 확진자 방문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였다.
실제로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확진자가 다녀간 공간 내 모든 접촉자가 파악된 경우 동선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또 시간적, 공간적으로 감염을 우려할 만큼 확진자와의 접촉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해당 장소 및 이동수단을 공개할 필요는 없다. 이 때 접촉자 범위는 확진자의 증상 및 마스크 착용 여부, 체류기간, 노출상황 및 시기 등을 고려해 방역당국에서 정한다.
따라서 밀접접촉자가 없다고 방역당국이 판단하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쇼핑몰 등 유통업체는 확진자의 동선에서 드러난 장소나 업체명을 밝히지 않아도 된다. 유통업체들이 "방역당국의 지침을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닌 셈.
하지만 이같은 유통업체들의 대처는 지난 2~3월 1차 코로나19 확산 때와 대조를 이뤄 고객들 사이 불안감을 유발하고 있다. 당시 대형마트나 백화점들은 확진자 방문은 물론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 사람이 다녀간 경우라도 당일 전층을 폐쇄해 방역작업을 실시했다. 직원과 고객에게 곧장 관련 사실을 알렸음은 물론이다.
한 소비자는 "차라리 업체 측에서 공지를 통해 확진자 방문 사실을 공유했다면 덜 불안할 것 같다"며 "업체에선 쉬쉬하고, 지역 커뮤니티 등을 통해 뒤늦게 알다보니 오히려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라 밀접접촉자가 없을 경우에만 동선 공개를 하지 않을 뿐, 내부적으로 리스크를 질 필요가 전혀 없다"며 "오히려 구나 보건당국에서 확진자 동선 공개시 공개하지 않은 장소를 우리가 먼저 공개했을 경우 확진자로부터 소송을 당하거나 또 다른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방영덕 기자 byd@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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