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과 관련해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 의결을 무시하고 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2018년 11월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지 1년 9개월 만이다. 이 사건에 대해 수사심의위는 지난 6월 26일 수사중단·불기소를 의결했지만, 검찰이 이 부회장 등을 기소하면서 검찰 스스로 만든 자체개혁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이날 오후 "이 부회장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등 전·현직 삼성 고위임원 10명도 함께 기소됐다.
검찰은 삼성 미래전략실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0.35대 1)을 맞추기 위해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 자사주 집중 매입 등을 통한 삼성물산·제일모직의 주가조작 등 각종 부정을 저질렀다고 결론냈다. 그 결과 제일모직 주가는 부풀려진 반면 삼성물산은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삼성물산 투자자들이 손해를 봤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또 이 부회장이 주요 단계마다 경과를 보고 받고 관여한 것으로 보고있다.
검찰은 이날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따르지 않은 데 대해 "사안이 중대하고 객관적 증거가 명백한 데다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으로서 사법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삼성 변호인단은 이날 "합병과정에서의 모든 절차가 적법하게 이뤄졌고, 검찰이 주장하는 공소사실은 범죄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관련 사건 판결을 통해 수차례 확인됐다"며 반발했다. 또 "국민 뜻에 어긋나고, 사법부의 판단마저 무시한 기소는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재확산과 미·중 갈등 심화로 반도체 업황이 한치 앞을 내다볼수 없는 상황에서 검찰이 이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함에 따라 삼성은 사법 리스크 등 최악의 불확실성을 맞이하게 됐다. 미·중 갈등에 이어 징용 배상 등 한·일 외교 문제까지 재발할 우려가 커지면서 소재·부품 조달부터 제품 수요 감소까지 총체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국정농단 사건으로 이미 만 3년 6개월째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이 이날 추가로 기소됨에 따라 향후 최소 2~3년은 또 다시 재판에 발이 묶이게 될 것으로 전망돼 경영 공백에 대한 우려가 재계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김규식 기자 /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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