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를 고용해 필리핀 60대 사업가 교민을 살해한 한국인들이 법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허선아 부장판사)는 오늘(14일) 살인교사 혐의로 기소된 권모 씨와 김모 씨에게 각각 징역 19년과 22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들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 권 씨에 대해 "피고인은 피해자와 아무런 개인적 관계가 없는데도 오로지 경제적 이득을 위해 범행을 해 그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씨에 대해서도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줄곧 부인하며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피해자는 총격으로 사망해 일말의 저항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일 정도로 범행 수법도 잔혹했다"고 질타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김 씨가 피해자에게 거액을 투자하고도 이에 대해 정당한 대가는 고사하고 상당 기간 모욕적 대우를 받은 것이 범행 동기로 보인다"며 "이런 사정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권 씨와 김 씨는 2015년 9월 17일 필리핀 앙헬레스에서 발생한 당시 61살이었던 교민 박모 씨 피살 사건을 교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앙헬레스에서 호텔을 운영하던 박 씨는 호텔 인근 사무실에서 필리핀인으로 추정되는 용의자가 쏜 총에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습니다. 용의자는 박 씨에게 5발의 총을 쏜 뒤 건물 밖에 대기하던 승용차를 타고 달아났습니다.
사건이 해외에서 발생했고 용의자가 특정되지 않아 수사는 수년 동안 난항을 겪었으나, 경찰은 필리핀 이민청과 공조해 올해 1월 권 씨를 체포하고, 이어 한국에 체류하던 김 씨도 함께 검거했습니다.
조사 결과 김 씨는 박 씨가 운영하던 호텔의 투자자로, 박 씨가 투자자인 자신을 홀대하고 투자금과 관련해 언쟁이 벌어지자 박 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권 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김씨가 "킬러를 구해주면 대가를 주겠다"고 제안하자 이를 받아들여 살인을 의뢰한 혐의를 받습니다.
권 씨와 김 씨는 법정에서 자신들은 살인을 교사한 적이 없으며, 정범(킬러)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들에 대한 처벌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박 씨가 자신들이 아닌 제3의 교사자에 의해 살해당했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놨지만, 재판부는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결심 공판에서 "김 씨는 피해자에 대한 복수심과 증오심 등 감정적 영향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권 씨는 금전적·사업적 이유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 씨와 권 씨에게 각각 징역 18년과 12년을 구형한 바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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