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을 방임했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시 관계자들과 피해자의 진술이 엇갈림에 따라 경찰이 대질신문이나 거짓말탐지기 등을 수사 방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오늘(4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까지 방임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20명을 조사했는데, 피해자와 진술이 다른 부분도 많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도 대질신문을 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수사를 위해서는 과감하게 대질을 추진하는 것이 맞지만, 피해자가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어하는 상태이기도 해 전문가들 통해 과연 이 방식이 피해자 입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 것인지 등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수사를 돕고 있는 의료진 등 전문가 그룹에서는 피해자가 서울시 관계자들과 마주하는 것이 현재 상태에 비춰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방침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참고인(서울시 관계자) 중 동의하는 사람에 한해 거짓말탐지기 활용 계획도 짜고 있다"고 했습니다.
박 전 시장의 사망 경위 수사를 위해 지난달 참고인으로 소환한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의 경우 아직 성추행 방임 의혹 관련 조사는 진행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클리앙·디시인사이드 등 피해자에 대한 온라인 2차가해가 벌어진 인터넷 커뮤니티를 수사해 악성댓글 등을 게시한 8명을 입건했으며, 일부 피의자의 출석을 요구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대상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피해자가 작성한 고소장'이라며 온·오프라인에 나돈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피해자의 어머니가 알고 지낸 교회 관계자 등 5명을 입건해 수사 중입니다. 이 중 2명은 문건의 온라인 유통에 관여한 혐의로 추가 입건됐습니다.
경찰은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삽시간에 퍼져나간 '고소장' 문건을 이들 두 사람이 최초로 올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들이 해당 문건을 어떻게 얻었는지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추가 수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박 전 시장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중단된 업무용 휴대전화의 디지털포렌식에 대해 경찰은 수사를 더 진행해 참고인 진술과 증거 등을 보강한 뒤 이를 다시 추진하기 위한 영장 재신청을 검토할 계획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포렌식 중단으로 (사망 경위 및 성추행 방임 의혹) 수사에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있다"며 "(방임 등 혐의사실 입증을 위한) 수사 강도를 좀 더 높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경찰은 피해자 측의 의사에 따라 의혹 전반을 직권조사하기로 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피해자·참고인 진술 내용 등 수사 서류를 제공해달라는 요청이 오면 법이 허용하는 한 협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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