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월 딸이 초등학교 5학년 이웃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많은 사람을 분노케 했던 사연입니다.
지난 3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자신을 경기 평택시에 거주하는 두 딸의 엄마라고 밝힌 A 씨는 "좋게 해결하려고 가해 학생 부모와 이야기해봤는데 '증거가 있느냐'는 식으로 나를 협박해 너무 억울하다"라고 호소했습니다.
이 청원에는 한 달간 53만3천여 명이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이 글은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 씨가 평택에 거주하고 25개월 된 딸이 있다는 것 외에 대부분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자칫 들끓는 여론에 애꿎은 사람이 피해를 볼 수도 있었습니다.
일부 누리꾼은 "정신병자에 50만 명이 놀아났다", "국민청원 게시판에 거짓으로 올리면 강력히 처벌하라"라는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거짓 사연으로 사람들을 속이고 악용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합니다.
지난해 5월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서 시작된 이른바 '붕어의 질주' 사건이 있습니다.
붕어의 질주라는 닉네임을 쓰는 B 씨가 어려운 가정 형편을 호소하자 순식간에 수천만 원대 후원금이 모였습니다.
하지만 이 글은 회원들의 관심을 끌어 돈을 후원받기 위해 거짓으로 꾸며낸 것이었습니다.
보배드림 후원금 모금 피해자카페가 생길 정도로 일이 커졌고, B 씨는 결국 사기 등 혐의로 지난달 10일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처럼 진위가 불분명한 글에 사람들이 분노하거나 동정하는 등 호도되는 경우는 적지 않습니다.
익명의 개방형 게시판인 '네이트판', 익명 게시판인 페이스북 '대나무숲' 등에 올라온 글에 대중의 공감도는 높습니다.
단적으로 연세대 대나무숲에 쓰인 '가난한 의대생' 사연에 울고 웃거나 '금수저라 고민이 없다'는 고백에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합니다.
익명으로 쓰다 보니 '진실을 밝히는 장'이 되기도 하지만 '거짓을 지어내는 공간'으로 변질하기도 합니다.
온라인상에 거짓 사연이 횡행하는 것에 대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에게 있는 기본적인 본능 중 하나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관심받고 싶어 하는 욕구"라며 "자신이 꾸며낸 극단적인 사연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사람들이 반응하는 것에 큰 희열을 느끼다 보니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는 청와대 국민청원과 온라인상에 무차별적으로 올라온 거짓 사연의 폐해를 지적했습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청원 같은 공적인 통로에 올라온 글에 사람들이 신뢰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거짓 사연으로 진짜 억울한 사연까지 불신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청원이 올라오면 누군가 이를 1차로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언론의 역할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익명성이기 때문에 진위를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확인되지 않은 사연 등을 언론이 무작정 보도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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