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세상과의 이별 장소로 산을 택했다.
평소 등산을 좋아하던 박 시장은 정치인새의 주요 결정이 있을 때마다 산에 갔다.
실제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결심할 때도 지리산 종주 중이었다.
박 시장이 지난 2013년 낸 '희망을 걷다'에는 당시 정계 진출 배경이 자세히 나와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로 시장직에서 물러난 지 이틀 후인 2011년 8월28일 박 시장은 출마를 결심했다.
박 시장은 출마결심을 굳힌 뒤 당시 차기 서울시장으로 유력하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단일화를 촉구했고 단일화에 합의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 서울 시장에 단선됐다.
박 시장은 지난 2017년 대통령선거 출마 고려 당시에도 지리산을 찾았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2017년 2월 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지리산을 다녀왔다. 천왕봉에서 노고단까지 걸었다. 눈이 오고 바람이 불고 구름이 일었다"고 했다. 이어 "긴 걸음 속에서 아직도 제 마음 속에 비워내야 할 것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다시 시작하겠다. 저 눈보라와 짙은 구름 속에서도 여전히 태양이 빛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2018년과 2019년 여름휴가 때도 지리산을 찾았다.
그리고 10일 그는 생의 마지막 순간, 산에 갔다.
폐쇄회로(CC)TV 화면에 포착된 그는 지난 9일 오전 10시 44분 종로구 가회동 소재 시장공관에서 나왔다.
경찰은 박 시장이 택시를 이용해 서울 성북구 와룡공원에 도착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딸이 실종 신고를 접수하자 경찰은 9일 오후부터 그의 마지막 모습이 이날 오전 0시1분께 숙정문 인근에서 시신으로 발견될 때까지 북악산 일대를 수색했다.
[이상규 기자 boyondal@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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