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의 막바지 심의에 들어간 어제(9일) 노동계가 경영계의 최저임금 삭감 요구에 반발해 집단 퇴장했습니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6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이어갔습니다.
앞서 노동계와 경영계는 지난 1일 4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각각 1만 원(16.4% 인상)과 8천410원(2.1% 삭감)을 제출했고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노사 양측에 대해 6차 전원회의에 수정안을 내라고 요청했습니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사 양측의 최초 요구안을 놓고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날 전원회의 개회 직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4명은 사용자위원들의 수정안도 삭감안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항의의 표시로 퇴장했습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추천 근로자위원인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도 자리를 떠났습니다.
실제로 사용자위원들은 이날 수정안으로 올해(8천590원)보다 1.0% 삭감한 8천500원을 제출했습니다. 근로자위원들은 올해보다 9.8% 인상한 9천430원을 수정안으로 내놨습니다.
사용자위원들이 삭감안을 제출한 데 대해 나머지 한국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4명도 퇴장해 이날 회의는 더 진행할 수 없게 됐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되는데 최저임금법상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려면 재적 위원 과반수가 출석하고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각각 3분의 1 이상이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퇴장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저임금 삭감은 노사 모두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행위"라며 "삭감안 철회가 없다면 최저임금위 파행은 불가피하며 모든 책임은 사용자위원들에게 있음을 밝힌다"고 경고했습니다.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경영계의 최저임금 삭감안은 '횡포'라며 "최저임금 언저리에 놓인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지는 못할지언정, 절망을 주는 마이너스 요구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저희는 더는 최저임금위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개회 직전 모두발언에서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정부에서 여러 조치가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마스크"라며 "경제 위기에서 고통에 신음하는 소상공인과 일자리를 갖고 있고 원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마스크 역할을 하는 것은 최저임금의 안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고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최저임금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국내 최저임금제도 역사상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경영계가 삭감안을 고집하는 것도 인상률을 최대한 낮추기 위한 일종의 협상 전술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공익위원들도 최근 전원회의에서 삭감안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이날 전원회의에 앞서 미래통합당 추경호, 정희용, 최승재 의원이 정부세종청사를 찾아 박준식 위원장과 면담했습니다. 이들은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 인상은 곤란하다는 의견을 박 위원장에게 전달했습니다.
근로자위원인 정민정 마트산업노조 사무처장은 회의 개회 직전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현장 노동자들의 의견이 담긴 문서를 박 위원장에게 제출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다음 주 월요일인 13일 7차 전원회의를 열 예정입니다. 이 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의 의결을 시도할 전망입니다.
최저임금의 최종 고시 기한이 8월 5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는 이달 중순에는 끝내야 합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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