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4학년 김모 씨(22)는 기다리던 여름 방학을 맞았지만 고민이 크다. 원래 계획하던 미국 인턴십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출국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있어 직무 관련 경험을 빨리 쌓는 게 중요해 마음이 급하다"며 "급하게 국내 인턴 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대부분 수도권 밖이거나 지원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집에서 인터넷 강의라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비대면 온라인 학기에 이어 대학생들 사이에서 아르바이트, 인턴, 여행 등을 포기하는 '집콕 방학'이 시작됐다. 용돈벌이나 스펙 쌓기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자리는 줄어들고 휴식을 취하러 멀리 여행을 떠나지도 못하는 유례없는 방학에 대학생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2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운영하는 애플리케이션 알바콜에 따르면 대학생의 89.2%가 코로나 여파로 여름방학 계획수립에 제약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향을 받는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여름 인턴, 아르바이트 등 채용하는 곳들이 줄어서 취업준비 활동 자체가 위축된다'(23.9%)가 꼽혔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한파가 대학생에게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뒤를 이어 '온라인, 인터넷 강의 위주로 수강하게 됨'(21.3%), '스터디 등 대면모임을 자제하게 됨'(16.7%) '외부활동 자체가 어렵다'(11.6%), '어학연수 등 해외일정 취소 및 연기'(7.2%) 등 이유가 대학생들의 방학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알바도 안 구해지고 집에서 무기력하게 넷플릭스만 본다", "1학년인데 첫 방학이 너무 막막하다", "해외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불가능해 보인다"는 등 하소연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두달에 가까운 긴 여름 방학을 활용해 취업 준비를 하려던 3, 4학년 학생들의 불안은 더욱 크다. 이들은 자격증이나 인터넷 강의 등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공부나 대학 계절학기 수강으로 몰리고 있다. 대학생 3학년 신모 씨(22)는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구하기는 어려워서 방학동안 한국사 자격증을 공부할 계획"이라며 "온라인 위주로 활동하는 서포터즈 대외활동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동국대 여름계절학기 수강생은 2664명으로 지난해(1635명)에 비해 61% 가량 급증했다. 계절학기를 수강하는 4학년 김모 씨(23)는 "학원에 다니거나 야외활동을 하긴 불안해서 집에서 계절학기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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