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당시 중학교 2학년이던 A양은 트위터에서 한 남성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당시 20세 남성이던 B씨는 A양에게 "매력이 넘친다", "아름답다" 등 칭찬을 하며 3개월간 온라인상 연락을 주고받은 뒤 A양을 오프라인에서 만나 성관계를 맺었다.
A양에게 용돈을 주고 헤어진 B씨는 이후에도 계속 온라인으로 연락을 취하며 자신을 '주인', A양을 '노예' 관계로 설정하고 성적인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A양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한 B씨는 A양을 강간하고, A양과 함께 온 친구에게 이 장면을 핸드폰으로 촬영하도록 했다.
이후 동영상 폭로를 미끼로 삼아 협박하며 15회에 걸쳐 A양을 성적으로 학대했다. B씨는 재판에 넘겨졌지만 A양은 성폭력 피해의 고통 속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미성년자 불법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아동청소년보호법 위반·성폭력처벌법 위반 등)를 받는 조주빈 씨(25)의 범죄 행각이 밝혀지며 아동·청소년에 대한 '그루밍 성범죄(Grooming·가해자와 피해자가 신뢰관계를 쌓은 뒤 심리를 이용해 저지르는 성범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아동·청소년 성범죄에서 그루밍의 특성 및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총 54건의 온·으프라인 사례를 분석한 결과 그루밍 성범죄는 일반 성범죄와 비교해 2회 이상 지속되는 경향이 3~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가 신뢰 관계를 이용해 범죄를 은폐해 성범죄 지속 기간이 훨씬 긴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 그루밍 가해자 41명 중 결혼한 상태이거나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가해자는 20명(47.6%)이었다. 조씨처럼 상당수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는 동시에 범죄를 저지르는 셈이다.
온라인 그루밍의 경우 가해자들은 가출(58.8%), 빈곤(49.3%), 폭력(17.4%), 방임(17.3%) 등의 피해자 취약성을 파악한 뒤 이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의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해 신뢰를 얻고, 경제적 도움 등을 주며 범죄를 벌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성인이라는 우월적 지위와 신롸관계를 오용하여 아동의 정신과 육체를 조종하는 '그루밍 성범죄'에 대해 사법당국이 관심을 갖고 관련 연구와 데이터 수집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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