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벌어진 미성년자 성 착취 사건인 이른바 'n번방' 사건과 연루된 자들의 엄벌 의지를 밝히며 디지털 성범죄의 뿌리를 뽑겠다는 뜻을 천명했습니다.
'n번방' 운영자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회원 전원을 조사해 강력히 처벌하는 것은 물론 이 기회에 미비한 관련 법률까지 보완해 여성의 인권이 유린당하는 사례가 재발하는 것을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입니다.
문 대통령은 23일 'n번방' 사건을 두고 "한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잔인한 행위였다"고 성격 규정한 뒤 "피해 여성들에게 대통령으로서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국민의 정당한 분노에 공감한다"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n번방' 사건에 직접 유감을 표한 것은 해당 사건의 반인륜적 진상이 알려지면서 국민의 분노가 점점 커지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n번방'의 연장선에 있는 '박사방'을 운영한 혐의로 체포된 조모 씨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에는 역대 최다 인원인 20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며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아울러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 공개를 원한다는 내용의 국민청원에도 이날 오후 160여만 명이 참여한 상태입니다.
문 대통령이 두 청원을 두고 "악성 디지털 성범죄를 끊어내라는 국민, 특히 여성의 절규로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한 것은 상황의 심각성에 깊이 공감한다는 뜻입니다.
특히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사건을 젠더 이슈를 넘어서서 인권의 문제로 바라보고 더욱 강력한 대응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으로 보입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강력한 대응에 나선 배경에는 (이번 사건이)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안전, 기본적 인권과 관련돼 있다는 인식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미 2018년 7월 '몰카' 범죄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했을 당시 국무회의에서도 "사건이 발생한 초동단계부터 가해자를 엄중히 다뤄나가고 피해자는 특별히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로부터 채 2년이 지나지 않아 대형 디지털 성범죄가 재발한 만큼 문 대통령 역시 더욱 강력한 '발본색원'의 원칙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청와대와 정부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입법 절차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소지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미국의 경우 아동 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유한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으면 최대 10년형까지 선고되는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같은 범죄에 대한 한국의 처벌이 지나치게 약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처벌 조항 자체가 너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서 "정부가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법률 개정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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