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사병이 매일 부대 장병들의 식사를 만들다가 선천적 척추 질환이 악화했다면, 국가유공자로 지정할 수는 없으나 보훈보상 대상자로는 인정해야 한다고 법원이 판단했습니다.
오늘(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3부(강승준 고의영 이원범 부장판사)는 A씨가 서울남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국가유공자 혹은 보훈보상자로 지정해달라"고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2015년 여름 육군에 입대한 A씨는 같은 해 11월부터 한 사단의 취사병으로 근무했습니다.
이 기간 A씨를 포함한 4~5명의 취사병과 1명의 민간 조리원은 약 160명의 세 끼 식사를 책임졌습니다. 3주간의 호국훈련 기간에는 급식 인원이 430∼640명으로 늘었습니다.
선천적으로 척추분리증 등을 앓았던 A씨는 조리병으로 복무하는 과정에서 허리 통증이 심해져 여러 차례 병원 신세를 졌습니다.
그는 2017년 만기 전역 후 보훈 당국에 국가유공자 또는 보훈보상자 등록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국가유공자로 인정될 수는 없지만 보훈보상은 받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법적으로 국가유공자는 국가의 수호·안전보장과 직접 관련이 있는 직무 도중 사망하거나 다친 경우, 보훈보상자는 직접 관련이 없는 직무 중 다친 경우 지정됩니다. 유공자가 받는 보상이 더 큽니다.
A씨의 경우에는 직무와 척추 질환 사이의 인과관계를 어느 정도나 인정할 수 있는지가 기준이 됐습니다.
재판부는 관련 법령을 따져본 결과 "국가유공자의 요건을 갖추려면 국가의 수호·안전보장과 관련된 직무를 '주된 원인'으로 숨지거나 다쳤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보훈보상자의 경우는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직무와 부상 사이에 타당한 인과관계가 존재하면 충분하다고 봤습니다.
국가유공자보다는 보훈보상자에 대해 조금 더 '느슨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A씨의 경우 선천적으로 척추분리증 등을 앓았던 만큼, 국가유공자로 인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재판부는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앓는 척추분리증 등은 선천적인 것으로, 취사병 근무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취사병으로 근무하면서 일상생활보다 과중한 부담이 허리에 반복적으로 가해져 기존 질환이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직무와 질환 사이에 보훈보상자로 인정할 만한 타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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