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무소속 이정현 의원에게 벌금형이 확정됐습니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재판관)는 오늘(16일) 방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의 상고심에서 벌금 1천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벌금형의 확정으로 이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국회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아닌 일반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습니다.
이번 판결은 방송에 간섭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방송법을 어긴 사례로 처벌되는 첫 사례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법이 제정된 지 30년 만입니다.
이 의원에게 주되게 적용된 법률조항은 1987년에 마련된 방송법 4조와 105조입니다.
이 법에 따르면 방송 편성에 관해 법률에 따르지 않고는 어떤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했는데, 이를 어길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립니다.
이 의원은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인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KBS가 해경 등 정부 대처와 구조 활동의 문제점을 주요 뉴스로 다루자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뉴스 편집에서 빼달라", "다시 녹음해서 만들어 달라"며 편집에 개입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이 의원은 개인적 친분이 있던 당시 보도국장에게 사적으로 부탁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1심은 방송법에서 금지한 편성에 대한 간섭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2심 재판부도 유죄 판단을 내렸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과 김시곤 국장의 지위와 둘 사이의 관계, 대화 내용 등을 보면 단순한 항의나 오보를 지적한 것이 아니다"라며 "향후 해경을 비난하는 보도를 당분간 자제해달라거나 보도 내용을 교체·수정해달라고 방송 편성에 간섭했다"며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다만 "승객을 구조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해경이 구조 작업에 전념토록 하거나, 사실과 다른 보도를 시정하기 위해 범행에 이른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면서 벌금형으로 형량을 깎아줬습니다.
대법원 역시 2심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에 방송법에서 정한 '방송편성에 관한 간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방송 편성에 간섭함으로써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첫 사건에서 대법원이 유죄 판단을 받아들였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의원은 대법 선고 직후 "사법부의 최종 결정에 대해 조건 없이 승복한다"며 "세월호 유족들에게 위로가 되어 주기는커녕 또다른 상처가 되었을 것을 생각하면 송구하고 마음 무겁다. 사과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이 의원은 다만 방송법 조항에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방송편성 독립 침해 혐의로 처음 처벌받는 사건이라는 사실은 그만큼 관련 법 조항에 모호성이 있다는 점, 그래서 다툼 여지가 있었다는 점, 보완점도 적지 않다는 점을 의미한다"며 "국회에서 관련 법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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