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사실공표죄를 적용할 때 피의사실을 공표한 사람을 찾기 어려워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법이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0일 오인서 서울북부지검장은 북부지검 청사 이준홀에서 고려대·경희대·서울시립대·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과 개최한 제5회 합동 학술대회에 참석해 현실적으로 피의사실공표죄 책임자를 찾기 어려운 점을 강조했다. 오 지검장은 "사회적 큰 이슈가 있는 사건에서 특정 언론사가 검찰 관계자의 말을 빌어 수사상황을 기사화 한다. 어떤 목적으로, 누가 (피의사실 공표를)했는지 확인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한 지방검찰청에서 기자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을때기자협회가 반발한 사실도 언급했다.
오 검사장은 "피의사실공표가 부적절한 방법으로 검찰 말로 언론에 보도돼도 (피의사실을 공표한) 검찰 수사기관 관계자가 누구인지 밝히는데 여러 어려움이 있다"며 "(피의사실공표자를) 누구로, 어떻게 확정할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은 피의사실공표죄를 현실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피의사실공표죄 구성요건이 모호하고 너무광범위하게 투망을 던져놓고 있다. 제가 봐서는 실행할 수 없는 법률이다"라면서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법으로 논쟁을 벌이기 보다는 개정하는 형태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1953년 (피의사실공표죄의) 입법취지가 언론에 의한 피의자 인권 침해 방지를 위해 만들었다고 나오는 만큼 중요한 것이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면서 "무죄추정의 원칙이 우리나라에서만 적용되는 헌법 원칙이 아닐텐데 다른 나라는 왜 이런 입법을 안하겠나. 집행할 수가 없는 법률(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현재 피의사실공표죄의 보호법익(법으로써 보호되는 이익이나 가치)이 모호하다고 지적하며 "이 법은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정한 재판'을 보호 법익으로 보면 상당히 설득력 있다"면서도 "이 법은 공소제기 전만 나온다. (공소제기) 후에는 얘기가 안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씨에 공소제기 후 나온 기사 내용을 보면 공소장 내용 중 사소한 내용도 다 보도한다. 이건피의사실공표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공정한 재판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공소제기 전과 후를 구분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무죄추정 원칙에 근거해서 이 법 만들어졌다고 한다. 원론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 누가 어떤 혐의 받고 있다고 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행 법 유지보다는 어떤 형태의 범죄사실 수사 현안을 제대로 공보하는 형태로 가는게 맞는다"면서 "수사관은 정확하게 브리핑 해줘야 하고, 언론사는 피의자가 뭐라고 얘기했는지를 반드시 묻고 이를 보도에 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수사기관은)개별적으로 수사상황을 흘리는 행태는 징계를 해야 한다. 그런데 대해서는 개개인의 명예훼손 등 다른 형태로 손해배상을 물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정명원 북부지검 검사는 "국민은 (수사기관이) 뭘 하지 않고 있는지도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피의사실 정보는 '공공의 자산'이라는 취지다. 정 검사는 "수사기관이 어떤 사안은 공표하고 어떤 것은 공표하지 않음에 대해 강제할 필요가 있다"며 "동일한 공익적 가치를 가지고 있어서 동일하게 국민들이 알 권리가 있는 사실인데, 수사기관이 어느 이유에 의해서 묵비한다면 국민이 어떻게 요구할 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문 교수는 "수사권이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감시기능 차원에서라도 수사상황에 대해서는 공표하는 것이 맞다"고 동조했다.
그러나 '공소장 일본주의'를 이유로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행사에 참석한 참석한 홍영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소제기 전에는 재판정에 필요 이상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재판부로 하여금) 예단을 형성하게 한다"면서 "(피의사실이 공소제기 전에 공표되면) 재판 전에 미리 심리를 하게 돼서 재판 기능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공소장에 공소사실만 적시해야 하고, 그외 증거 등은 재판정에서직접 판사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상의 원칙이다. 이에 문 교수는 "(법의 보호법익이) 재판 기능 보호라면 이 법(피의사실공표죄)이 아닌 새로운 법체계가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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