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의 부당한 지시를 일선 재판부에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검찰의 공소사실은 조사받을 때 내용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법정에서 주장했습니다.
조한창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오늘(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사법농단 사건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증언했습니다.
검찰은 조 부장판사가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던 2015년 옛 통합진보당(통진당) 의원들의 행정소송과 서기호 전 정의당 의원의 판사 재임용 탈락 불복소송 등에 관해 담당 재판부에 법원행정처의 입장을 전달했던 것으로 의심합니다.
통진당 의원들의 소송과 관련해서는 "각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행정처의 입장을, 서 전 의원의 소송에서는 "소송을 신속히 종결해 달라"는 행정처 요구를 각각 재판부에 전달했다는 것이 공소사실의 요지입니다.
그러나 조 부장판사는 서 전 의원의 사건과 관련해서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전화해서 한 이야기는 추정(기일 진행을 보류하는 것) 사유가 사라졌으니 진행을 하자는 의도"라며 "종결을 독촉할 상황도 아니었고, 종결하자는 취지로 말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그런데 공소장에는 제가 종결을 종용했다고 적혀 있다"며 "그게 제대로 된 것인지 검찰 쪽에 묻고 싶다"고 반발했습니다.
통진당 사건에 대해서는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으로부터 사건을 검토한 문건을 건네받은 적이 있지만 이를 전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했고, 나중에 회식 자리에서 담당 재판장에게 신중히 결정하라는 취지로 말했을 뿐이라고 조 부장판사는 설명했습니다.
그는 "각하하는 경우만이 아니라 기각, 인용하는 경우 모두 법리적 문제가 있으니 고민해달라는 취지였다"고 부연했습니다. 공소장 내용처럼 '각하'만이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조 부장판사는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했을 때 조사 당시 말한 내용과 다른 게 있어서 기분이 나쁘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저에 대해서도 좋지 않은 내용"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증언 도중 자신이 조사받을 때 조서를 함께 열람한 검사가 법정에 나왔는지를 물으면서 "내용은 '각하 등 법리적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조서에 '등'이 빠졌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조 부장판사는 다만 이 전 상임위원으로부터 문건을 재판부에 전달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부적절하다며 거절했고, 이후 찜찜한 생각이 들어 문건도 파쇄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서 전 의원 사건과 관련해서도 임종헌 전 차장의 연락을 받고 담당 재판부에 "재항고가 종결됐으니 진행하라"는 말은 전달한 것이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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