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조국 법무부 장관의 '석사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 검증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를 열고도 회의 결과를 일주일째 공개하지 않고 있다. 2년 전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이 석사 학위 논문 표절 의혹에 휘말렸을 때와 달리 국회의 자료 공개 요청마저 묵살하고 있어 서울대가 조 장관에게만 관대한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서울대는 '지난 18일 개최된 조국 장관 논문 관련 연구진실성위원회(연진위) 회의결과와 검증 착수 여부'를 공개하라는 의원실의 요청을 거절했다. 서울대는 의원실로 발송한 답변서에서 '연진위 규정 제26조(비밀유지의 의무 등)'를 근거로 들며 비공개 이유를 설명했다. 제보자의 신원 노출을 막고 피조사자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란 얘기다. 그러나 이번 사안과 관련해 제보자 측이 언론 인터뷰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울대의 조치는 피조사자인 조 장관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서울대가 언급한 연진위 규정 제26조는 비밀유지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국가기관의 요구 등 상당한 공개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 연진위 의결을 거쳐 조사·심의·의결·조치 등에 관한 사항을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서울대는 조 장관의 석사 논문 관련 학교 측의 조치를 국가기관인 국회에 공개하는 것에 대해 '그 필요성이 상당하지 않다'고 판단한 셈이다.
서울대의 이같은 행보는 2년 전과 사뭇 대비된다. 2017년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도 석사 논문 표절 의혹에 휘말린 바 있다. 당시 서울대는 국정감사를 앞둔 10월께 김 전 장관의 석사 논문에 대한 연진위 조사 결과 일부를 국회에 공개했다. 연진위 규정이 마지막으로 개정된 것은 2014년 12월 9일로 당시 규정도 현재와 동일하다. 같은 규정 하에 피조사자가 바뀌었을 뿐인데 김 전 장관에 대해서는 연진위 조사 내용을 공개한 반면 조 장관에 대해서는 검증 착수 여부조차 비밀에 부치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은 서울대의 갈지(之)자 행보와 지나친 비밀주의를 꼬집었다. 직장인 김용강 씨(35)는 "검증을 해도 비판 받고, 안 해도 비판 받는 서울대 처지가 이해는 간다"면서도 "그렇다고 피조사자가 누구냐에 따라 이중잣대를 들이댄다면 학교가 나서서 정치를 하는 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대학생 황 모씨(26)는 "공인인 현직 법무 장관의 표절 의혹에 대해 기본적인 (국민의) 알권리는 충족해 주는 게 옳다고 본다"고 전했다.
서울대는 원칙대로 조치했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본부 관계자는 "국회 자료 공개 요청에 대해 위원회를 열어 논의했고 공개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며 "규정 상 국회에서 요청이 오더라도 이에 반드시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중잣대' 지적에 대해서는 "과거 연진위 조치 결과가 외부에 유출돼 연진위가 명예훼손으로 피소됐고 결국 패소했다"며 "이후 정보 공개에 대해 더 민감해진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대법원에서 연진위 패소가 확정된 시점은 2017년 7월로 확인됐다. 김 전 교육부 장관 논문 관련 연진위의 조사내용이 국회에 제출된 시점은 같은해 10월로, 서울대는 패소 이후에도 국회에 연진위 조사 내용을 공개했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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