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손님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장대호(38)의 얼굴이 공개된 가운데 누리꾼들은 신상공개 제도에 큰 관심을 보였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20일 외부전문가 4명과 경찰 내부 위원 3명 등으로 구성된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다. 신상 공개 범위는 얼굴과 이름·나이·결혼 여부(미혼), 성별(남자) 등으로 결정됐다. 위원회는 "범죄 수법이 잔인하고 결과가 중대하다"라며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증거도 충분하다"라고 공개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에 따르면 신상공개 기준은 ▲범행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강력범죄 사건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가 청소년에 해당하지 아니할 것 등이다.
신상이 공개된 흉악범은 모두 22명으로 올해에만 장대호를 포함해 4명의 신원이 공개됐다. '제주도 전남편 살해사건'의 고유정(36), 21명의 사상자가 나온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사건' 안인득(42), '청담동 주식 부자 부모 살인사건' 김다운(34) 등이다.
하지만 모든 흉악범의 신상이 공개되지는 않는다. 2009년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을 계기로 2010년 4월 특강법에 '8조 2항(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이 신설됐다. 이후 경찰이 신상공개를 검토한 사건은 총 33건이다. 이 중 11건의 피의자의 신원은 비공개됐다. 2016년 5월 '강남역 살인사건의 피의자는 정신 질환을 앓는다는 이유로 신상이 공개되지 않았다.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음에도 신상이 공개된 안인득과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김성수(29)와 비교된다.
일관성 없는 신상공개 결정으로 인해 제도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신상공개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경찰 3명과 외부전문가 4명으로 구성된 강력범죄 피의자 신상공개위원회의 구성이나 여론의 동향에 따라 공개 여부가 자의적으로 결정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경찰이 부실 수사나 미흡한 대응으로 비판을 받게 되면 국민의 분노를 피의자에게 돌리기 위해 신상공개 카드를 악용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범 안인득이다. 같은 아파트 주민들이 안인득의 위협적인 행동을 계속 신고했음에도 경찰은 부실한 대응을 해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한강 몸통시신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미흡한 초동대처도 큰 논란을 빚었다. 장대호는 지난 17일 새벽 1시쯤 서울지방경찰청 야간 안내실에 찾아가 "자수하겠다"고 말했지만, 당시 근무자들이 인근 종로경찰서로 가라며 피의자를 돌려보내는 촌극이 발생했다. 또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장대호를 모텔에서 대면하고도 그냥 돌아온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디지털뉴스국 유정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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