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한국판 홀로코스트'로 불리는 형제복지원 사건의 첫 공식조사에 나섰다.
1987년 형제복지원 참상이 세상이 알려진 지 32년 만이다. 피해생존자모임과 시민단체 등에서 피해 실태를 조사한 적은 있지만 부산시 차원에서 형제복지원 피해 실태를 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시는 16일 시청에서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실태 조사 용역' 착수 보고회를 개최했다. 용역은 지난 3월 제정된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과 피해 생존자 지원을 위한 조례에 따라 진행되는 첫 피해 실태 조사다. 이번 용역은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팀이 맡아 내년 4월 10일까지 9개월간 벌인다.
용역의 핵심은 형제복지원 사건에 국가 책임이 있는지를 찾아내는 데 있다. 형제복지원은 국가 복지체계 안에서 만들어지고 운영됐다. 정부는 당시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형제복지원을 사회복지법인으로 등록했다. 이 과정에서 국가가 형제복지원 인권 유린을 방조한 책임이 있다는 판단이 나온다. 또 형제복지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 국가 기관이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형제복지원을 운영했던 박 원장 일가의 재산 증식 과정을 조사하는 내용도 용역에 포함됐다. 박 씨 일가가 형제복지원을 통해 모은 재산을 환수할 근거를 마련한다는 취지다. 용역은 형제복지원 피해자 구술과 면접을 통해 진행된다. 형제복지원 수용 경험자 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부터 1987년까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장애인, 고아 등을 부산의 형제복지원에 불법감금하고 강제노역시킨 대표적인 인권 유린사건이다. 형제복지원은 약 3000명을 수용한 당시 전국에서 가장 큰 부랑인 수용시설이었는데 12년 운영기간 동안 확인된 사망자만 500여 명에 달한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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