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이 16일부터 시행된 가운데, 계약 해지된 MBC 계약직 아나운서 7명이 이 법을 근거로 사측을 고용노동부에 진정한다. 노동청에 직장 괴롭힘을 내용으로 한 '1호 진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계약직 아나운서 측 류하경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힌 방지법이 시행되는 16일 아나운서들의 사정을 해당 법 위반 1호 사건으로 진정을 제기한다"라고 밝혔다. 진정에는 최초 해고됐던 10명 가운데 7명이 참여한다.
MBC는 2016년과 2017년 11명의 계약직 아나운서를 뽑았다. 당시 MBC는 노조와 갈등을 겪고 있었고 노조는 2017년 9월 파업에 돌입했다. 2017년 12월 최승호 사장이 취임하며 경영진이 교체됐고, 이들 아나운서는 지난해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이들은 지난 3월 서울서부지법에 해고무효 확인 소송과 함께 근로자지위 가처분 신청을 내 지난 5월 승소했다. 판결에 따라 아나운서들은 지난 5월 27일부터 MBC 사옥으로 출근했지만 사실상 방치돼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류 변호사에 따르면 이들은 기존 아나운서 업무공간이 있는 9층이 아닌 12층에 마련된 별도 사무실에 모여있다. 주어진 업무도 없고 사내 전산망도 차단됐으며 정해진 시간에 출근과 퇴근을 하지만 근태관리도 되지 않는다.
진정에 참여한 한 아나운서는 "사내 공지사항도 확인하지 못하고 인사팀에 무엇을 문의하려고 해도 이메일조차 보낼 수 없어 정상적으로 회사 생활을 수행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복직 결정이 나자 회사에서 월급은 줄 테니 출근은 안 해도 된다는 황당한 제안을 하기도 했다"라고도 밝혔다.
고용노동부가 예시한 직장내 괴롭힘 행위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제공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하거나 ▲근로계약서 등에 명시돼 있지 않은 허드렛일만 시키거나 일을 거의 주지 않거나 ▲훈련·승진·보상·일상적 대우 등에서 차별하거나 ▲인터넷 사내 네트워크 접속을 차단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류 변호사는 "당사자들은 차라리 해고당하는 게 낫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괴로워하고 있다"라며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에 맞춰 MBC 측의 노동인권 의식에 책임을 묻고자 진정을 넣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MBC 측은 "7명이 한 번에 복귀하는 바람에 사무 공간이 부족해 모두를 함께 배치하기 구조적으로 어려웠다"며 "이전 경영진은 (파업 참가 인력을) 일산으로 보내는 식이었지만 우리는 같은 건물 안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내 네트워크 차단 및 업무 배정과 관련해선 "법적으로 근로자지위에 대해 다투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기존 아나운서 자원들이 넘쳐 새로 배정할 업무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은 직장 내에서 지위 등을 이용한 괴롭힘을 금지하고 신고자나 피해자를 부당하게 처우할 수 없도록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올초 고용노동부가 개정 근로기준법을 공포했고, 이날부터 시행된다.
[디지털뉴스국 유정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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