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96)의 넷째 아들 정한근씨(54)가 해외도피 21년 만에 국내로 송환돼 '한보 사태'의 장본인인 정 전 회장의 생사와 소재도 곧 파악될 전망이다.
정씨는 검찰 조사에서 "아버지가 지난해 사망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나, 검찰은 거짓 진술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그의 행방을 규명할 방침이다.
지난 23일 검찰 등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한보그룹 부도 이후 1997년 9월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횡령 혐의로 징역 15년, 2002년 4월 뇌물공여 혐의로 징역 10월을 선고받아 복역하다가 2002년 12월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후 본인이 이사장으로 있던 영동대학교 교비 7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다시 기소돼 항소심 재판을 받던 중인 2007년 5월 출국해 12년째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1심 재판부는 2006년 2월 정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으나 건강 악화와 피해변제를 이유로 법정구속을 피했다.
정 전 회장은 이듬해 '일본에서 치료를 받겠다'며 출국금지 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자 곧바로 출국했다.
대법원은 정 전 회장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해 2009년 5월 징역 3년6개월을 확정한 상태다.
정 전 회장은 카자흐스탄에 머물다가 법무부가 당국에 범죄인인도를 요청하자 키르기스스탄으로 거처를 옮겼다.
키르기스스탄은 지난해 11월이 되어서야 한국과 범죄인인도조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회장의 해외도피 행적은 그를 도왔던 친인척들의 수사 및 재판에서 일부 확인되기도 했다.
그의 며느리 김모씨(51)는 2007∼2008년 카자흐스탄에 해외 유학생 유치를 위한 지사를 설립한 뒤 운영비 명목의 1억35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1년을 확정받은 바 있다.
재판 과정에서 정 전 회장이 카자흐스탄 현지 간호사 4명을 고용해 간병을 받고 이들 임금을 교비로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그는 도피자금을 위해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기소중지된 상태여서 귀국 시 관련 수사도 받아야 한다.
정 전 회장은 키르기스스탄으로 이동한 후 금광사업을 한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현재 행방은 물론 생사조차 불분명하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살아있다는 전제로 그의 흔적 추적에 주력하고 있다.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손영배 단장)은 2225억원대 세금을 체납한 정 전 회장의 생사와 소재를 상당 부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도 이미 키르기스스탄 당국에 정 전 회장에 대한 범죄인인도를 요청해놓은 상태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정씨처럼 신분 세탁을 했을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국제 공조를 통해 출입국 기록 등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생존 여부와 소재에 대한 단서를 확인 중이며 이르면 이번 주 관련 내용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김설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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