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문책 요구에 따라 징계처분을 앞둔 공사 직원이 극도의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사망한 서울메트로 직원 김모씨의 부인 장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으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2011년 11월 서울메트로를 감사한 결과 담당 직원들의 실수로 17억여 원의 손실이 발생한 사실을 발견하고 김씨 등 직원 4명을 정직처분하라는 취지의 문책 요구서를 보냈다.
감사원의 문책 요구를 알게 된 김씨는 '승진누락'과 '회사의 구상권 청구' 등을 걱정하며 심한 우울증에 빠져, 8일 뒤 등산로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부인 장씨는 "정신과적 치료를 받은 적 없는 남편이 징계처분을 앞두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발생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공단에 유족급여를 청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1·2심은 당시 "김씨 업무 강도에 변화가 없었고, 함께 문책을 받은 직원들과 비교할 때 김씨가 평균 근로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과중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아 그러한 선택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징계처분은 김씨와 같은 노동자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스트레스에 불과해 정신장애 상태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정신적 장애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또 "김씨는 평소 밝고 유쾌했고 동료들과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해왔다"며 "감사원 감사를 받기 전까진 우울증 등으로 치료를 받은 전력도 전혀 없어 업무 외 다른 요인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김씨가 받은 스트레스나 우울증 발생 경위 등을 면밀히 따지지 않고 사망과 업무 사이 상당한 인과관계를 부정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설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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