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학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영유아를 둔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학부모들이 아이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옷이나 가방에 초소형 녹음기를 부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얼마 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점점 더 발전하는 유치원·어린이집 녹음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학부모를 대상으로 제작된 초소형 녹음기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초소형 녹음기는 한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작은 크기로 몸에 소지할 수 있는 녹음기다. 과거에는 주로 인터넷 강의 등을 녹음하기 위해 쓰였지만, 최근 자녀의 안전을 염려하는 부모들이 늘면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수업 내용을 청취하는 용도로도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디지털 기기 쇼핑몰 등 관련 업체들은 학부모들의 검색이 용이하도록 같은 제품을 '어린이집 녹음기'와 '유치원 녹음기' 등의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USB처럼 생긴 녹음기부터 배지형, 목걸이형, 열쇠고리형까지 다양하다. 특히 배지형 녹음기는 멀리서 보면 일반 장신구와 다를 바 없어 식별하기 어렵다. 가격은 3만원대부터 10만원대까지 녹음기의 성능이나 용량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학부모들이 초소형 녹음기까지 구매하며 감시에 나서는 이유는 혹시 모를 학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서다. 이미 전국 어린이집에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접근이 어려워 사실상 의미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아동 학대 피해가 의심되는 자녀의 부모조차도 CCTV 영상을 확인하려면 일일이 다른 학부모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들은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접할 수 있는 대안이 녹음기밖에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반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교사들은 '교권침해'를 주장하며 반박하고 나선다.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당하는 것 같아 회의를 느낀다는 이들도 있다. 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다는 한 누리꾼은 "지속적으로 녹음을 하는 학부모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호소하는 글까지 올리기도 했다.
한편 누리꾼들은 초소형 녹음기를 두고 대부분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이들은 "그렇게 불안하면 어린이집을 보내지 말던가" "유치원 교사 극한직업" "교사 인권은 어디로 갔나" 등 녹음기를 사용하는 학부모들이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였다.
[디지털뉴스국 이유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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