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기습 철거한 것에 반발하는 공무원노조 조합원 등이 부산시청에서 항의 집회를 벌였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 조합원과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회원 등 100여 명은 15일 부산시 청사 앞에서 노동자상 강제 철거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노동자상) 철거는 친일", "노동자상 즉각 반환"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 청사 진입을 시도했고 이를 막는 시청 직원들과 충돌했다. 양측이 충돌했지만 큰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사에 진입한 이들은 노동자상 기습철거를 단행한 오거돈 부산시장과 면담을 요구하며 시장실로 올라가려다 경찰에 가로막혔다. 경찰은 엘리베이터로 가는 스피드 게이트 앞에 인력을 집중적으로 배치해 집회참가자들이 시장실로 가는 것을 막았다. 그러나 집회참가자 중 10여 명이 시장실이 있는 청사 7층까지 진입해 '부산시장 사죄하라', '철거한 노동자상 반환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하다가 끌려 내려오기도 했다. 이들은 청사 1층 로비에서 노동자상 철거 책임자 처벌과 오 시장 사죄 등을 요구하며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다.
부산시청사 출입구서 벌어진 충돌
이에 앞서 집회참가자들은 이날 오 시장 출근을 저지하려고 청사 주차장 출입구 3곳 등을 감시했다. 오 시장이 이날 오전 7시 30분으로 예정된 간부회의 시간에 맞춰 출근할 것으로 예상하고 주차장 출입구마다 노조원을 배치한 것이다.그러나 오 시장은 예상보다 이른 오전 7시께 수영구 남천동 관사에서 관용차로 출근해 시청 부근에서 다른 차로 바꿔 타고 시 청사로 들어와 집무실로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는 사흘 전인 12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동 정발 장군 동상 앞 인도에 있던 노동자상을 기습적으로 행정대집행에 나서 철거했다. 노동자상은 지난해 5월 1일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하려던 것으로, 지금까지 공식적인 설치 장소를 찾지 못해 정발 장군 동상 앞 인도에 임시 설치된 상태였다. 부산시는 철거한 노동자상을 부산 남구 일제강제동원역사관으로 옮겼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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