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피해자 10명 중 7명이 지속해서 만성적 울분 상태를 겪는 등 심리적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14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2018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피해 가구를 직접 방문해 심층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를 맡은 한국역학회는 지난해 10월 2일부터 12월 20일까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신청했거나 판정받은 4127가구 중 100가구를 무작위로 추출해 방문 조사를 진행했다. 특히 신체·정신·사회경제·심리적 피해에 관련해 심층적으로 조사했다.
이날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성인 피해자의 약 66.3%가 만성적 울분 상태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원회는 중증도 이상의 심각한 울분을 호소하는 피해자의 경우 외상후울분장애 가능성이 있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살균제 노출 이후 새로 생긴 성인 피해자의 정신 건강 문제는 우울·의욕저하(57.5%), 죄책감·자책(55.1%), 불안·긴장(54.3%)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27.6%는 자살 생각을 가진 적도 있으며, 자살을 시도한 경우도 11.0%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 인구보다 각각 1.5배, 4.5배 높은 수준이다.
연구책임자인 김동현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이에 대해 "피해 입증과 보상 과정에서 모욕·무관심·무책임 등을 겪은 경험이 누적된 결과"라며 "이런 결과는 우리나라 정신 질환 실태 역학조사에서 나타난 일반인 조사(평생 유병률)보다 굉장히 높다"고 설명했다.
또 "특히 자살 시도가 11%에 달한다는 점은 이들 집단에 대한 자살 예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도 분석했다.
이에 특조위는 피해 중심의 보상과 사회·심리적 피해를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황전원 특조위 지원소위원장은 "육체적 고통만 떠올리기 쉬운데 정신적 고통,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제약 등 그 피해 범위가 굉장히 다양하다"며 "특조위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재까지의 방식을 전면 재점검해 가능한 빨리 새 방향을 설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이유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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