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 라이브 리슨 기능이 얼마나 많은 가짜 친구 관계를 망쳤는지 궁금하다"
"라이브 리슨 기능이 있어서 내 모든 가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트위터에 'Live listen Airpods'을 검색했을 때 상단에 나온 트윗을 번역한 내용이다. 에어팟은 무선 이어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애플의 히트 상품. 전후 사정을 모르고서 트윗을 보면 단순한 이어폰이 어떻게 인간관계를 가늠하고 친구들의 속마음을 읽는 수단이 될 수 있는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트윗의 내용은 에어팟이 '도청'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 논란은 애플이 지난해 12월 iOS 12.1.2 버전 업데이트와 함께 에어팟 전용의 '실시간 듣기(라이브 리슨)' 기능을 내놓으며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이 기능을 활성화하고 에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 등 애플 단말기를 연결하면 단말기 주변의 소리가 모두 이어폰을 통해 들어오게 된다. 애플은 처음 해당 기능을 소개하며 청력 장애가 있는 이용자를 돕기 위해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에어팟이 소리를 전달하는 마이크가 돼 이어폰만 꽂으면 시끄러운 방에서도 편하게 대화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블루투스 연결이 최대 15m까지 유지되고 녹음까지 가능해 도청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단말기를 방 안에 두고 외부로 나와도 실시간 듣기 기능만 켜두면 방에서 누군가 이야기하는 소리를 그대로 전달받을 수 있어서다. 실제로 이미 이 기능을 직접 사용해 봤다는 '간증 글'이 외국은 물론 국내 커뮤니티에까지 퍼져 있는 상태다.
실제 사용 후기를 보면 생각보다 작은 소리까지 선명하게 들린다는 평이 대다수. 옆 사무실 소리까지 들린다거나 옆자리 직원이 펜 놓는 소리나 한숨 쉬는 소리가 귀에 꽂힌다는 후기도 남아 있다. '뒷담화를 잡아낼 수 있겠다'는 글도 심심찮게 보인다.
하지만 도청은 엄연한 불법이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는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동법 제4조에서는 '불법감청에 의하여 채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애플의 의도대로 이용자들의 청력을 보조하는 기능으로 온전히 사용될 수 있도록 기능을 악용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 기능을 실제로 사용해 봤다는 대학생 박정해 씨(24)는 "잠깐 써보니 수업 시간이나 목소리를 잘 듣기 힘든 곳에서 사용하기 매우 좋은 기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도청으로 악용돼 애플이 기능을 제거한다면 실제로 필요한 사람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우려했다.
[디지털뉴스국 오현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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