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을 강도살해한 뒤 사체를 마대자루에 담아 바다에 버린 혐의로 1·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남성과 관련해 대법원이 '살인의 증거가 부족하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습니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48살 양 모 씨의 상고심에서 "제3자가 진범일 가능성이 있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냈다고 오늘(21일)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수사 초기 피해자의 예금을 인출하는 영상이 확인될 때까지 유력하게 거론된 용의자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증거조사가 필요했다고 보인다"며 "또한 양 씨가 아닌 제3자가 진범이라는 내용의 우편이 대법원에 접수돼 있으므로 그 부분에 대한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원심은 간접증거와 간접사실만으로 살인범행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여러 의심스러운 사항을 면밀하게 심리한 후 유죄 여부를 판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양 씨는 2002년 5월 22일 A(당시 22세) 씨를 흉기로 협박해 통장을 빼앗아 예금 296만 원을 인출하고, 칼로 가슴을 수십회 찔러 A 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 사건은 2002년 5월 31일 손발이 묶인 채 칼에 수십회 찔려 살해된 뒤 마대자루에 담겨 바다에 버려진 A 씨의 사체가 발견되면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수사 초기 A 씨의 지인인 B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봤습니다. 특수강도 전력이 있는 B 씨가 사건 당시 A 씨와 통화하고 만난 사실을 감추고 허위 진술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후 양 씨가 A 씨의 통장으로 예금을 인출한 CCTV 영상이 발견되면서 유력한 용의자가 됐습니다. 이후 경찰은 양 씨의 옛 동거인으로부터 사건 무렵 물컹한 물건이 담긴 마대자루를 양 씨와 함께 차 트렁크로 옮겼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양 씨를 강도살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재판에서는 제3자가 범인일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 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인 진술만으로 양씨가 A 씨를 살해했다고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습니다.
1·2심은 "미심쩍은 사정만으로 양 씨를 범인으로 볼 여러 유력한 간접증거들을 함부로 배척할 수는 없다"며 강도살해 유죄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제3자가 진범일 가능성을 더 면밀히 살펴보라"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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