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법원장으로는 처음으로 검찰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는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검찰 출석 전 대법원 앞에서 대국민 입장을 발표하기로 했다. 사법농단 사태를 불러온 당사자인 양 전 대법원장이 10년 넘게 몸담은 대법원에서 입장을 밝히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오는 11일 오전 9시쯤 대법원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한 자신의 생각, 소회 등을 발표한 후 검찰청사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9일 밝혔다.
정확한 입장발표 장소는 아직 대법원과 조율이 안 된 상태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대법원이 내부 기자회견을 허용하지 않으면 정문 밖에서라도 발표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고위 인사가 검찰 출석 직전 다른 곳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전직 대법원장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서 발언하는 상징적 장면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대법원에서 입장을 밝힌 뒤 취재진으로부터 질문 서너 개를 받을 수 있지만, 검찰 포토라인으로 이동해서는 질문을 해도 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사법부 입장에서는 구속영장 청구와 기소를 앞둔 양 전 대법원장이 일종의 '전관예우'를 요청하는 시위성 퍼포먼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 청사는 보안시설이어서 취재기자도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한다. 대법원 건물 바깥도 마찬가지"라며 "전직 대법원장이고 워낙 특수한 경우라서 청사보안 관련 규정을 찾아보고 있지만 막상 양 전 대법원장 쪽에서 연락이 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조사실로 들어갈 때까지 안전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해 전직 대통령 출석에 준하는 보안 조처를 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3월 이명박 대통령 조사 때에 준해 11일 청사 출입을 통제한다. 조사 당일에는 취재기자도 중앙지검 청사에 들어가지 못하며, 차량 출입 역시 전면 통제된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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