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설리 등 연예인들의 취미생활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알려진 슬라임(Slime)이 최근 창업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2015년경 유튜브를 통해 국내에 알려진 슬라임은 최근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소개되며 화제가 되고 있다.
선나래(25·여·사진) 젤리시스터즈 대표도 슬라임 열풍에 창업을 결심한 사람 중 하나다. 가수 아이유씨가 지난해 여름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글에서 슬라임을 처음 알게 됐다는 그는 취미를 직업으로 삼아 젤리시스터즈를 창업했다.
슬라임은 누군가에겐 생소한 단어일 수 있다. 기자 역시 슬라임을 알게 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쉽게 말해 슬라임은 끈적이는 질감을 가진 장난감이다. 슬라임마다 감촉, 향기, 색깔, 소리가 다 달라 소위 '만질 맛 나는' 제품이 인기가 많다.
이 슬라임이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유명 유튜버가 자신의 채널에서 슬라임을 소개하는 것은 기본, 슬라임을 어떻게 만져야 하는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슬라임 전문 유튜버도 있을 정도다.
젤리시스터즈 선나래 대표(오른쪽)와 선지혜 부대표.[사진:김현정 기자]
젤리시스터즈는 슬라임을 전문적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기업이다. 장난처럼 우연히 시작한 슬라임 만들기가 하나의 사업아이템이 됐다. 연구를 거듭한 끝에 선 대표만의 색깔이 담긴 슬라임을 만들 수 있게 됐다. 한 달 매출이 50만원에 불과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젤리시스터즈는 지난 달 기준 월 매출 1억원을 돌파하며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일반 사람들이 그저 재밌다, 신기하다 정도로 넘길법한 슬라임을 선 대표는 사업 아이템으로 발전시켰다. 사업적인 혜안(慧眼)이라기보다 처음에는 그저 남들처럼 하나의 장난감으로 생각했다고.
그가 처음 접하게 된 슬라임은 손에 지나치게 달라붙어 촉감이 좋지 못했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집에서도 슬라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선 대표는 친동생인 선지혜씨(23·여·사진)와 함께 슬라임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선 대표는 젤리시스터즈 창업으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사회경험이 거의 없는 20대 젊은이가 그것도 슬라임이라는 생소한 아이템으로 창업에 도전한다는 소식에 주변의 반대가 있었을 것이라는 기자의 추측과 달리 선 대표는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선 대표는 "플라스틱 사출 사업을 하시는 아버지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부모님이 사업을 하셔서 그런지 사업을 시작할 때 반대는 없었다"며 "나만의 사업 아이템을 찾아서 사업을 꾸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평소에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선 대표는 "주위에서 '그것도 한 때 유행 아니냐'는 말을 들은 적도 있고, 친구들도 '그걸 누가 사냐'고 했다"며 "사업 초반에는 각 기업에 메일로 입점 제안서를 내기도 했는데 몇 달씩 메일을 안 읽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슬라임의 주 재료는 물풀, 붕사, 글리세린이다. 들어가는 재료는 단순하지만 '배합'이 핵심이다. 물풀을 국산을 쓸지, 수입산을 쓸지, 국산을 쓰더라도 어떤 브랜드의 제품을 어떤 비율로 섞느냐에 따라 질감이 다 다르다는 게 선 대표의 설명이다.
젤리시스터즈 선나래 대표가 슬라임을 만들고 있다.[사진:김현정 기자]
처음에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인들에게 알음알음 판매했으나 선 대표의 열정과 함께 하나의 사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젤리시스터즈가 자체 제작한 슬라임의 종류만 총 70종이다. 매달 5~6종의 신상 슬라임을 내놓고 있다. 현재 젤리시스터즈의 슬라임은 백화점 팝업스토어를 비롯해 텐바이텐, YES24 등에 납품되고 있다.그렇다면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슬라임은 어떤 것일까. 선 대표는 "최근에는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용 슬라임이라고 해서 만질 때 좋은 소리가 나는 것을 좋아한다"며 "표면이 오돌토돌한 블록이 들어간 슬라임이 인기가 많은데 사람들이 '만질 때 아픈데 소리가 너무 좋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젤리시스터즈는 내년 중 '슬라임 카페'를 열어 활동 반경을 넓힐 계획이다. 단순히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아닌 슬라임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 될 예정이다.
선 대표는 젤리시스터즈의 최종 목표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누구나 취미를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저마다 하고 싶은 취미를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는 공간이죠. 저희만의 색깔을 살린 공간이 될 것이에요. 모두가 좋아하는 일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
[디지털뉴스국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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