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선 기업들이 국제상사법원(SICC)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 투명하게 상사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 또 (단심제로 진행되는) 중재와 달리 (패소할 경우) 항소도 가능하다."
리밍 추아(Lee Ming Chua) 싱가포르 대법관은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상사법원의 존재가 기업에게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법정책연구원(원장 강현중) 등이 개최하고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가 후원한 '2018 사법정책연구원 국제컨퍼런스' 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상사분쟁은 기업·소비자 등 경제 주체의 상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이며 상사법원은 이를 다루는 전문법원을 뜻한다. 한국에서는 이를 일반법원이나 대한상사중재원에서 해결하지만 싱가포르·영국 등은 상사법원을 별도 설치·운영 중이다. 특히 싱가포르는 재판과 중재의 장점을 결합한 독특한 사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밍 추아 대법관은 "기업의 국제 활동이 늘어나면서 중재와 소송에 대한 수요가 서로 달라 어떤 것을 택할 지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며 "SICC는 제3의 길이라 기업에게도 좋은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상사법원에서 재판을 진행하며 기업들이 자사의 민감한 정보가 노출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국제상사법원포럼(SIFoCC) 초대 의장을 지냈던 윌리엄 블레어(William Blair) 영국 퀸메리대학 교수는 "영국 법원에서는 어떠한 문서에도 기업 기밀이 적히지 않도록 하고, 판결에도 기업 정보를 유출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상사법원의 전문 인력을 통해 기업의 우려를 덜어낼 수 있도록 효율적인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칼 바비어(Carl Barbier) 미국 루이지애나주 연방법원 판사는 집단소송제에 대한 견해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한국은 2005년 증권 분야에 한해 집단소송제를 도입했지만 실제 배상이 이뤄진 것은 3건으로 아직 제도가 정착 단계다. 칼 바비어 판사는 "집단소송제가 가장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건 소비자 소송"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개인이 소송에 나선다면 아무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지만 집단소송은 피해자들이 함께 나설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 가지 우려되는 건 옵트 아웃(Opt-Out)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옵트 아웃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방식이다. 소송 참여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소비자에게 대표소송 결과를 적용하는 제도다.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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