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65)이 22일 오전 6시55분 검찰에서 밤샘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전날 오전 9시25분 출석한 뒤 21시간30분만이다. 검찰에 소환된 전직 대통령 중 최장시간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조사 시작 14시간 만인 21일 저녁 11시40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박 전 대통령은 이후 7시간 동안 변호인들과 피의자 신문조서를 검토했다. 그는 일부 진술과 다르게 기재된 부분 등을 고치고 서명·날인했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직권남용 등 13가지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 박 전 대통령, 7시간 진술조서 검토
특본 관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조사가 원만하게 잘 진행됐다"고 밝혔다. 그는 "준비한 질문 중 추가로 물은 것은 있지만 시간 관계상 못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조사는 고성 등 없이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신병처리와 관련해 아직까지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이어 "조사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법과 원칙에 맞게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추가 소환 필요성에 대해선 "지금 단계에서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특본은 이르면 이번주 후반 수사 결과를 토대로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안팎에선 대선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다음달 15일 이전에 박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 혐의 액수가 늘어나는 등 새로운 범죄사실이 추가될 가능성에 대해 "관련 기록을 검토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날 예상보다 조사 시간이 길어진 데 대해 다양한 추측이 나왔다. 특히 조서를 확인하는데 상대적으로 오래 걸렸다. 2009년 4월 대검 중앙수사부에서 조사를 받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10시간 조사 뒤 3시간 동안 조서를 검토했다.
이에대해 특본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조서를 세밀하게 본 것 같다. 다른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변호인들과 상의하면서 보다 보니 시간이 늦어졌다"며 "박 전 대통령이 아주 신중하고 꼼꼼한 분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종 작성된 조서는 수백장에 이른다고 한다.
핵심 쟁점인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혐의(뇌물수수·직권남용)는 이 사건 주임인 한웅재 형사8부장검사(47·사법연수원 28기)가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석 특수1부장검사(48·27기)는 삼성의 최순실씨(61·구속기소) 모녀 지원 등과 관련한 혐의를 주로 물었다. 두 사람은 각각 11시간, 3시간 동안 박 전 대통령을 조사했다.
◆변호인 "진실이 모습 드러내기 시작"
한편 이날 새벽 박 전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51·28기)가 기자단에 "악의적 오보, 감정섞인 기사, 선동적 과장 등이 물러가고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그 의미와 배경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그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신 검사님들과 검찰 가족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덧붙여 일부 네티즌들이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봐 준 것 아니냐"고 비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손 변호사는 이에 대해 "검찰은 적어도 (박 전 대통령 주장을) 듣고자 하는 분위기였고 (그간) 언론이나 특검팀의 태도와 다르다고 느껴써 그런 문자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문자 내용이 "전체 변호인단의 의견인가, 개인 의견인가"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특본 관계자는 이날 "(문자에 대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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