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5N6형) 확산으로 역대 최악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살처분된 닭과 오리가 역대 최대 기록을 넘어섰고 경제적 손실이 4233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는 세차례 일시이동중지(스탠드 스틸) 발령에도 AI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위기경보단계를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는 것을 검토중이며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매일 열어 상황을 점검하고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0시 현재 1066만9000마리에 대한 살처분이 완료됐고 378만 마리에 대한 살처분이 예정돼 있다.
지난달 16일 전남 해남군과 충북 음성군 가금류 농장에서 H5N6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지 28일 만에 1444만9000마리가 살처분된 것이다.
지난 2014년 고병원성 AI(H5N8형) 확산으로 인해 195일 동안 1396만 마리가 도살 처분됐던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역대 최단 기간에 최악의 피해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피해가 급속도로 확산된 원인을 두고 정부와 농가 모두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우선 이번 피해는 상대적으로 방역 체계와 시설이 열악한 오리농가와 산란계농가에 집중발생하고 있다. 굳이 따지자면 AI 감염을 막기 위한 1차적인 방역 책임은 농가에 있는 데 소홀했다는 점이다.
지인배 농촌경제연구원 축살실장은 “AI 바이러스 전파 경로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사람과 축산 차량”이라며 “농가에서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 농장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과 차량을 철저히 소독하는 것이 AI를 막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살처분 보상금까지 지급하다 보니 일부 농가들은 도덕적 해이가 있을 수 있다. 농민들의 의식이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확산방지 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도 초동대응이 부실했다. 게다가 탄핵 사태로 컨트롤 타워 부재 상황이 지속되면서 범정부적인 지원 타이밍이 이전에 비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탄핵에 모든 관심이 쏠리다 보니 정부가 AI상황을 조금 등한시 한 것 같다”며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농식품부 장관이 아니라 국무총리 권한대행이 정면에 나서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동철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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