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적인 위기를 맞으면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까지 수난을 맞이하고 있다. 최근 박 전 대통령의 경북 구미시 생가에 방화사건이 일어난 데 이어 서울의 한 공원에 있던 흉상이 훼손됐고 급기야 온라인에선 박 대통령을 암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을 위한 추모비 설립 운동까지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이해하지만 ‘도’를 넘어선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뜨겁다.
6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 최근 한 인터넷 대형 커뮤니티 주식 관련 게시판에서는 “김재규를 재평가 해야한다”는 주장과 함께 동상 제작을 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들은 실제로 동상 제작비용 후원 의사를 묻는 설문을 실시했으며, 100여명의 누리꾼들이 1만 원 이상 낼 뜻을 밝혔다. 이중 8명은 ‘100만 원 이상 후원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또 ‘10·26의거 명예회복 추진위원회(가칭)’라는 결사체를 조직해 회원가입이 필요 없는 오픈 카카오톡 채팅방을 만들어 일반 누리꾼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해당 채팅방에 참여한 인원은 120여명. 온라인 홍보로 꾸준하게 해당 채팅방으로 누리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카톡방에서는 후원금에 대한 구체적인 문의도 오갔다. 해당 채팅방에서 후원금 문의가 이어지자 해당 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누리꾼 A씨는 “며칠 안으로 후원 계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며 “지방 별로 지부 개념으로 운영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이들은 당시 김재규의 변호를 맡았던 강신옥 변호사를 비롯해 수년 전 부터 “김재규를 재평가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여 온 함세웅 신부 등에게 접촉할 계획을 밝히는 한편, 현재 뉴욕에 거주하는 김재규의 셋째 여동생인 김단희 여사까지 초청하려는 계획을 논의하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이들의 움직임에 대해 지나치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정치평론가 유용화 씨는 “국정 농단 사건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냉정한 평가들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권력 암투로 시작돼 대통령 시해로까지 이어진 비극적 일을 두고 민주주의에 크게 기여했다고 재포장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말했다.
[유준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