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혁신 연구를 망라하는 가칭 ‘미래대학’ 설립을 추진하면서 기존 ‘자유전공학부’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6일 고려대 등에 따르면 이 대학 미래대학 추진위원회는 미래대학 설립 시 자유전공학부 정원을 흡수하는 방안을 이달 2일 열린 교무위원회에서 염재호 총장과 학교당국, 자유전공학부 등에 제안했다. 자유전공학부 정원 95명에 다른 단과대에서 정원 2%씩을 흡수해 150명 규모의 새 단과대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신설 단과대 이름은 학교 상징색인 진홍색(crimson)에서 딴 ‘크림슨 칼리지’로 지었다.
미래대학 설립은 염 총장이 강한 의지를 보인 사업으로 미래 사회에 도전하는 ‘개척하는 지성’, ‘기존 학문·소속에 구애받지 않는 지식 유목민’을 육성하겠다는 개혁 조치의 하나다. 그러나 당장 폐지 위기에 놓인 자유전공학부 교수와 학생들은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 학부 학생회는 “우리는 염재호 총장을 총장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은 학교가 구성원의 의견을 듣지도 않고 학부 폐지를 결정하는 등 ‘절차적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며 염 총장을 ‘개척하는 불통’이라고 비판하고 온라인상에서 학부 폐지 반대 서명운동에 나섰다.고려대 법전원 교수들도 7일 오후 5시 긴급총회를 열어 대처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현실적으로 자유전공학부 정원을 흡수하지 않고서 미래대학을 설립하려면 다른 단과대에서 더 많은 정원을 끌어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 큰 학내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수·학생의 반발이 거세지자 학교 측은 “해당 안은 미래대학 추진위의 제안일뿐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이달 8일 설명회를 열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오랜 논의를 거쳐 최종안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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