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으로 10월 6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비상이 걸렸다. 관례적으로 해왔던 초청 경비 지원 등이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된 김영란법 때문에 불가능해지면서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특히 올해 BIFF가 김영란법 시행 후 처음 열리는 대규모 국제행사로 선례가 전혀 없다 보니 ‘시범케이스’로 걸리지 않기 위해 행사 주최 측과 관계자들은 위기감 속에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BIFF 사무국에 따르면 개·폐막식에 초청하는 게스트 중 김영란법 대상자에게는 숙박·항공 지원을 하지 않기로 했다. BIFF는 그동안 주로 수도권에 거주하는 영화인과 공공기관 관계자들을 영화제에 초청하기 위해 숙박과 항공료를 일부 지원했다. 하지만 올해는 대학교수나 공공기관 직무를 겸임하는 영화인, 공공기관 관계자 등 김영란법 대상자에게는 이를 지원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부는 부산행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 등 국내 대표 투자배급사는 올해 부대행사인 파티를 열지 않기로 했다. 매년 ‘4대 배급사의 밤’이라는 명칭으로 감독과 배우들을 초청해 일종의 페스티벌을 개최했는데 올해는 김영란법 시행 초기라 어떤 부분이 법에 저촉될지 예상할 수 없어 아예 행사 취소 결정을 내린 것이다.
투자배급사들은 그동안 BIFF 기간에 해운대지역 호텔 등에서 ‘○○의 밤’이라는 이름의 파티를 열어 개봉을 앞둔 영화와 제작·기획 중인 영화들을 소개하곤 했다. 이런 파티에는 영화인이 1000명 이상 참석해 관련 비즈니스와 상호 교류가 이뤄졌는데 파티가 사라지면 영화제 분위기가 가라앉고 지역 경제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김영란법 때문에 우리는 아예 파티를 안 하기로 했다”며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김영란법을 우려해 각종 부대행사 등이 축소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BIFF를 공식적으로 후원하는 기업들의 손길도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마린시티 ‘영화의거리’에서 열렸던 스타로드(레드카펫) 행사도 취소됐다. 스타로드는 유명 배우와 감독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행사로 지난해에는 25개국 80여 명의 배우·감독이 참여했다. BIFF 사무국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기업 스폰서가 상당 부분 줄었다”며 “올해 부산시와의 갈등에다 김영란법까지 겹쳐 기업들이 스폰서에 나서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BIFF를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부산시도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 부산시는 매년 BIFF에서 개·폐막식 초청권을 받아 지역 관계자들에게 배분하곤 했는데 올해부터는 초청권을 아예 배포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김영란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BIFF는 개·폐막식의 초청 좌석을 줄이고 일반 관객 좌석을 지난해 2500석에서 올해 3200석으로 700석 늘였다.
부정부패를 줄인다는 목적의 김영란법이 축제에까지 일괄적으로 적용돼 분위기를 가라앉히자 영화계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 영화인은 “법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매년 열리던 파티나 뒤풀이까지 사라진다면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BIFF 관계자는 “행사 프로그램별로 김영란법에 저촉되는 사안이 없는지 꼼꼼하게 점검하고 대상자들에게 안내하고 있다”며 “영화인들은 대개 대상자가 아니지만 법 시행 후 첫 대규모 행사라 전례가 없는 만큼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 서울 =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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