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과 가족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평생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겠다.”
대검찰청 특별감찰팀이 김 부장검사를 출국금지하고 금융계좌 추적에 나서면서 스폰서·청탁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매일경제는 여러 차례 김 부장검사와 연결을 시도한 끝에 그의 심경을 들을 수 있었다.
김 부장검사는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고 불찰이니 (검찰) 조사를 받고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피의자 신분 전환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장검사는 “사건이 언론을 통해 연일 보도되면서 아이들과 아내가 큰 충격에 빠져 있어 심적으로 매우 힘들다”며 “그 동안 검찰 생활하면서 했던 노력이 제 불찰과 실수로 물거품이 되었지만 가족만은 지키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어 “지난해 예금보험공사로 발령을 앞두고 뭐에 씌었던 것 같다. 가족과 조직에 큰 죄를 지었다”고 후회했다.
김 부장검사는 고등학교 동창인 사업가 김모(46·구속)씨와 박모 변호사 사이에서 오간 돈 거래에 대해 “알려진 것 처럼 1500만원을 주고받은 것 이외에는 어떠한 부정한 돈 거래는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에는 김씨에게 1000만원을 빌려 박 변호사의 부인 계좌로 받는 등 정상적이지 않은 금전거래를 했다. 또한 김씨에게 500만원을 빌려 가까웠던 한 여성 계좌로 보내는 등 1500만원을 빌렸다. 그는 “숨기고 싶은 사적인 부분을 감추려다 보니 박 변호사 부인의 계좌까지 쓰게 됐다”고 해명했다.
김 부장검사와 김씨 사이 1500만원 거래가 이뤄진 이후, 김씨는 회사돈 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김 부장검사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는 “김씨에 대한 검찰 수사 강도가 높아지자 약점(여자 관계)을 이용해 내가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압박했다”고 말했다. 이쯤부터 김 부장검사는 정신이 들었다. 김씨에게 빌린 1500만원을 포함해 그동안 스폰을 제공받은 대가보다 많은 4500만원을 변제했다는 그의 주장이다.
김씨 서부지검 검사들과 따로 식사 자리를 만들어 김씨 사건을 청탁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따로 자리를 만들지도 않았고 사건 청탁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예금보험공사에 발령이 나면 수사 협조 차원에서 남부·서부 부장검사 등을 만나서 식사하는 공식적인 자리가 있다. 서부지검 검사들을 만난 것도 이런 자리에서 였다. 그 전에 동부지검 부장들도 만나서 식사했다”고 했다.
또한 “녹취록에서처럼 김씨 사건 청탁을 위해 검사들을 만난 것은 아니다”라며 “검사들을 만나 손을 쓰고 있다는 식의 말은 김씨의 압박이 심해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김씨 사건을 수사하는 서부지검 검사에게 접촉을 시도한 것은 “사건 청탁 때문이라기보다 부끄러운 관계에 대한 진술이 있는지가 궁금했고 그 부분을 감추고 싶었다”며 “가족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커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그는 “순간의 경솔했던 선택 때문에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다. 깊이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장검사 사태는 공직사회에 주는 교훈이 크다. 집에서는 존경받는 아버지로, 직장에서는 잘나가는 ‘엘리트’ 검사였던 김형준 부장검사(46·사법연수원 25기)는 이렇게 순식간에 스폰서 검사가 돼 버렸다. 순간의 유혹을 참지 못했던 그의 실수는 그가 쌓아올린 명예를 한 순간에 무너뜨렸고, 가족의 행복을 깨트릴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말았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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