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옛 한국전력 부지에 신사옥을 짓기 위해 낸 공공기여금 1조7000억여원을 두고 서울시와 강남구 사이에 벌어진 법정다툼이 법원의 각하 판결로 일단락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국현)는 신연희 강남구청장 등 강남구민 48명과 강남구청이 “서울시가 기존 삼성동·대치동의 지구단위계획구역(개발 구획)을 잠실까지 확장한 결정은 무효”라며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각하 판결을 내렸다고 4일 밝혔다. 각하란 소송에 절차적 하자가 있을 경우 법원이 본안을 판단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하는 조치다.
재판부는 “지구단위계획구역 변경은 단순히 ‘개발의 범위’만을 규정한 것으로, 실질적인 ‘개발 계획’(지구단위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구민들이 계획구역 취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법률상 이익이 없기 때문에 원고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며 각하 이유를 밝혔다.
구민들은 공공기여금이 강남이 아닌 잠실에 사용될 경우 자신들의 재산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했지만 “도시계획이 수립되기 전에 공공기여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될 지 알 수 없다”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공기여금은 지자체가 개발 규제를 완화해 주는 대신 사업자가 내는 기부금으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한전부지를 매입한 뒤 1조7000억여원의 공공기여금을 납부했다.
서울시는 이 기여금을 바탕으로 코엑스~잠실종합운동장을 잇는 ‘국제교류복합지구’을 짓고, 2025년까지 마이스(MICE : 기업회의·전시사업·국제회의) 산업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지난해 5월 삼성동·대치동의 지구단위계획구역에 송파구 잠실 종합운동장 일대를 포함시켰다. 잠실 일대에 특급호텔, 대규모 컨벤션·공연 시설을 짓는 데 1조원의 공공기여금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강남구는 “한전 부지 개발 과정에서 생긴 공공기여금은 소음, 먼지 등 불편을 겪을 강남구민에 우선 투자해야 한다”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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