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실이 레드오션이라고요? 천만에요. 그 동안 우리의 관심을 못 받았을 뿐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요.”
누구나 한번쯤은 가 봤고, 또 이미 있을 곳에는 다 있는 독서실이기에 레드오션 시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독서실 시장이 레드오션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단호히 ‘NO’라고 말하는 윤혜경(42·사진) 토즈의 운영총괄본부장. 국내에 프리미엄 독서실이란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2012년 토즈 스터디센터를 론칭하고 가맹본부장을 거쳐 현재 운영총괄을 맡고 있는 그는 인터뷰 내내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지난달 30일 서울 홍대 토즈 스터디센터에서 만난 윤 본부장은 “독서실은 결코 죽어있는 시장이 아니다”라며 “우리 눈에 안 띌 뿐, 자기주도의 학습 시간이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여전히 꼭 가야만 하는 곳이어서 계속 성장하는 추세다”고 강조했다.
2005년 대학들이 밀집한 서울 신촌에서 당시 토즈가 운영 중이던 모임센터의 점장이었던 그는 점장 2년차에 본부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모임센터 운영 실적이 다른 곳보다 월등히 뛰어나서다. 본부장이 돼 그가 한 일은 기업 고객을 중심으로 회의 장소 등을 제공하는 비즈니스센터와 프리미엄 독서실을 콘셉트로 만든 스터디센터의 론칭이었다. 이 중에서도 스터디센터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교육열은 전 세계적으로 알아주잖아요. 하지만 독서실은 30여년전 제가 다녔을 때와 비교해보면 바뀐 게 하나도 없었어요. 딱딱한 책상과 의자에서 무조건 정숙해야하고.... 이런 획일적인 모습의 독서실은 학생들 입장에서 어쩔 수 없이 가야하는 곳밖에 되지 않아요. 고리타분한 독서실을 가고 싶은 독서실로 인식을 확 변화시키는 일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
윤 본부장은 2010년 4월 서울에서 높은 교육열을 자랑하는 지역 중 하나인 목동에서 프리미엄 독서실에 R&D 센터를 설립해 3000여명의 고객의 학습형태와 학업능력과의 상관지수 등에 대해 연구했다. 독서실에 온 고객의 목적과 행동, 공부습관을 기록해 분석한 결과 최적의 공부환경은 공부공간, 관리시스템, 서비스 그리고 정보제공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실제로 학생들의 공부 스타일이 참 다양했어요. 시끄러운 공간에서 공부가 더 잘 된다는 학생도 있었고, 꽉 막힌 책상보다는 탁 트인 공간에서 더 능률이 오른다거나, 뭘 자유롭게 먹으면서 공부를 해야하는 스타일까지. 2년여간의 준비기간 동안 파악한 학생들의 다양한 수요는 토즈 스터디센터만의 독창적인 5개의 공간구성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됐죠.”
현재 전국에 있는 토즈스터디센터에 가면 어디서든 똑같이 만나 볼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creative)룸, 오픈스터디(open study)룸, 인디비주얼(individual)룸 등이 나온 배경이다. 특히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윤 본부장은 대학 전공을 잘 살려 심미적인 공간 구성과 함께 본부장으로서 고려해야하는 비용 대비 효율성 사이에서 적절히 조화를 이뤄 프리미엄 독서실을 꾸몄다.
무려 2년에 걸친 사전 조사를 통해 목동 지역에서 첫 스터디센터를 냈지만 정작 엄마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학생들과 달리 엄마들은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프리미엄 독서실에 고개를 갸우뚱했던 것. 독서실하면 3초 안에 딱 떠오르는 이미지와 비교해 프리미엄 독서실은 너무 산만하고 시끄러우며 이래서 공부가 되겠냐고 의구심을 품었다. 이런 부정적인 인식 하에 한달에 20만원대인 이용료도 비싸다고 느껴 그야말로 설상가상이었다.
“까페에 놀러 온 것 같다는 학부모들의 선입관을 깨는 일이 급선무였어요. 자고로 독서실은 조용하고, 꽉 막힌 책상 등이 구비돼야하는데 이같은 관점에서 프리미엄 독서실은 많이 달랐으니까요. 상대적으로 비싼 이용료가 하나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학생들에게 효율적이고 편리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습니다.”
일단 왜 프리미엄 독서실이여야하는지를 학부모들에게 알리기 위해 홍보 책자를 만들었다. 도저히 홍보 전단지 한 장에 관련 내용을 다 담기 어려워 소책자를 택했다. 그리고 가가호호 방문하며 전달했고, “일단 와보세요”라는 체험 마케팅을 적극 펼쳤다. 그 결과 프리미엄 도서관을 한번 경험해 본 학생들은 기존 독서실로 돌아가지 않았다. 곧장 토즈스터디센터의 회원이 됐다. 학생들의 만족스러움에 학부모들의 마음도 서서히 믿음으로 바뀌었다.
목동 1호점을 시작으로 토스 스터디센터는 7월 현재 전국 178개 프리미엄 독서실을 운영 중이다. 오픈이 예정된 곳을 포함하면 오는 9월에는 200개를 돌파할 전망이다. 지난 4년여간 폐점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윤 본부장은 “현재 독서실 시장은 프리미엄 독서실과 프리미엄이 아닌 기존 독서실로 양분화됐다”며 “넓은 집에 살다가 단칸방으로 이사가기 어렵듯, 한번 프리미엄 독서실을 경험한 학생이나 직장인들은 프리미엄 독서실만을 꾸준히 이용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토즈스터디센터에는 독서실을 주로 이용하는 고2·고3 학생들 뿐 아니라 성인 이용자의 비율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 공부하는 직장인 즉 ‘샐러던트(Saladent)’라는 신조어에서 보듯 직장인들도 끊임없이 공부하며, 100세 시대를 맞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증가해서다.
윤 본부장은 “현재 토즈스터디센터 이용자 중 학생 대 성인의 비율은 70%대 30%”라며 “ 이 중 학생들의 이용률은 대체로 고정적인 가운데 성인 이용자의 비율이 늘고 있어 시장 규모 역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시장 전망이 밝다보니 토즈스터디센터의 사업 파트너가 되길 원하는 투자자들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인테리어와 시설비 등 사업 초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3억원 정도로 비싼 편이다. 하지만 투자원금을 회수하기까지 평균 3년이 걸리고, 월매출로 보면 1200만원~1600만원의 안정적인 수입 확보가 가능해 가맹점 문의가 최근 이어지고 있다는 게 윤 본부장의 말이다.
“특히 30~40대 투잡족들이나 여성 창업자들 사이 문의가 많아요. 그만큼 본업에 지장을 주지 않고, 여성 혼자 창업해도 이후 운영 측면이 크게 어렵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죠. 저 역시 토즈스터디센터의 가맹점주에요. 제가 가서 하는 일이라곤 독서실을 휙 둘러보고, 관리 매니저들을 독려하는 일밖에 없어요. 그렇지만 제 노후를 대비했다는 생각에 든든한 마음이 들죠.”
가맹점주들 사이 인기가 높음에도 토즈스터디센터는 가맹점을 무한정 늘리지는 않을 방침이다. 애당초 규모의 경쟁을 펼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인적 서비스업에 초점을 맞춘 질적 경쟁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윤 본부장은 “프리미엄 독서실이란 개념조차 없을 때 토즈에서 도입하려고 했던 것은 단순히 리모델링한 공간으로서의 독서실이 아니다”라며 “프리미엄 독서실을 통해 또 하나의 비싼 사교육을 조장하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하면 재밌고,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지, 학생들의 올바른 공부문화 형성에 기여하는 장소로 거듭나도록 노력을 더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