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손톱을 깎으면 쥐가 손톱을 먹고 분신이 된다.” “다리 떨면 복 나간다.”
우리나라에는 이처럼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이 많다. 어릴 적 부모님께 한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친숙하지만 대부분 근거 없는 미신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럴싸한 이유로 미신이 사실처럼 둔갑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선풍기를 틀어놓고 자면 죽는다’거나 ‘비 맞으면 대머리 된다’는 이론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만 상식처럼 받아들여지는 3가지 미신을 정리했다.
◆ 산성비를 맞으면 대머리가 된다?
소나기가 내리는 날엔 옷과 가방은 다 젖더라도 머리만큼은 보호하겠다며 책이나 외투로 머리를 덮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비를 맞으면 대머리 된다’는 이야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얘기는 다르다. 빗물박사라 불리는 한무영 서울대 교수는 저서 ‘빗물과 당신’에서 “잘못된 상식에서 나온 오해”라며 강하게 부정했다. 한 교수는 “빗물이 산성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산성은 이보다 더 강하다”며 “콜라나 맥주, 요구르트, 샴푸와 린스 같은 것들이 산성비보다 훨씬 강한 산성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비의 산성 자체가 탈모를 야기한다면 보다 더 산도 높은 샴푸로 매일 머리를 감는 우리는 이미 대머리가 됐어야 하는데 그런 경우는 없으므로 산성비로 인한 탈모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단 산성비에는 대기 중 오염 물질이 섞여있는데다가 머리가 젖은 상태에서는 세균 증식이 잘 일어나므로 비에 맞았다면 빨리 말려야 한다. 한 전문가는 “대기 중의 수중기가 오염물질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 오염물질을 만나면 산성도가 올라가므로 장기적으로 노출되면 대머리까진 아니어도 탈색과 탈모를 일으킬 수 있다”며 “머리가 젖어있으면 습도가 올라가 비듬균, 곰팡이균 등 세균 증식이 용이해지므로 탈모가 진행될 수 있다”고 밝혔다.
◆ 저녁에 먹는 사과는 독?
“아침에는 금사과, 저녁에는 독사과”라는 말도 상식처럼 받아들여지는 얘기 중 하나다. 사과의 유기산 성분이 위벽을 손상시켜 속이 쓰리고, 섬유질과 펙틴 성분이 장 기능을 촉진해 밤새 배변활동으로 잠을 설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이 이론도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잘못된 상식이다. 한동하 한의학 박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과의 유기산은 pH 3~4 정도 약산성을 띄지만 체내 위산의 산도는 pH2로 더 강하기 때문에 위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자기 전 산도가 사과와 비슷한 포도주(pH 2.8~4.5)를 한 잔 마셔도 속이 쓰리지 않는 것처럼 빈속의 사과도 심각한 위궤양이 아니라면 전혀 문제될 것 없다는 것.
이어 “사과 속 펙틴 같은 수용성식이섬유는 물에 겔처럼 풀려 장벽을 보호한다”며 “배변에 도움을 받고자 하면 아침보다는 오히려 수면 직전에 먹는 것이 백배 낫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밤에 먹는 음식은 모두 다 독이다. 과자, 밥, 과일 등 밤에 음식을 먹으면 열량이 소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잠자리에 들기 때문에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음식을 소화시키는 과정에서 뇌세포가 쉬지 못하게 되므로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량이 절반가량 줄어들어 숙면을 방해한다. 밤에는 가급적이면 안 먹는 게 좋다는 얘기다.
◆ 선풍기를 틀어놓고 자면 죽는다?
한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밀폐된 방에 선풍기를 틀어놓고 잠들면 죽을 수 있다”는 믿음이 퍼져있다. 몸이 지속적인 선풍기 바람에 노출되면 저체온증이 일어날 수 있고 선풍기 가동이 산소를 소모해 밀폐된 방 안에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여 질식사를 유발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한국의 선풍기 사망설을 소개하면서 “미스터리 추적 드라마인 ‘엑스파일’에나 나올 법한 얘기”라고 사실을 부인했다. NYT는 “한국에는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를 틀고 자면 저체온증이나 질식사로 이어진다는 미신이 있다”며 “이런 괴담을 의식한 제조업체들이 선풍기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꺼지는 ‘슬립 타이머’ 기능을 설치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모든 가설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상관관계를 입증한 어떠한 관련 연구 결과나 통계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1970년대 독재정부 시절 전력 사용을 줄이고자 퍼뜨린 소문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임춘택 카이스트 교수 등 국내 전문가들도 발표 자료와 언론을 통해 “선풍기 사망설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힌 바 있다.
[디지털뉴스국 김예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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