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제2롯데월드 인허가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제의 의혹은 공군 성남기지(서울공항)의 활주로 방향을 무리하게 변경해 승인한 과정에 불법이 개입됐는지가 핵심이다. 검찰은 지난 10일 관련 의혹에 대해 “범죄단서가 나오면 수사한다”고 밝혔다. 수사 가능성은 열어 놓은 셈이다. 검찰이 수사에 나선다면 ‘활주로 변경 전면 불가’에서 ‘활주로 3˚ 조정’으로 롯데 측에 유리하게 이뤄진 인허가 과정 전반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7˚ 변경도 위험한데 3˚ 틀어 승인”
제2롯데월드는 서울공항으로부터 5㎞ 떨어진 곳에 서 있다. 지상 555m 높이라 서울공항 동편 활주로에서 이착륙하는 항공기들의 항로를 막고 있다. 기상 상태가 나쁘거나 고속으로 저공비행하는 등 전투기들이 군사 작전을 수행해야 할 때 조종사들의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이 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도 충돌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방부와 공군 등 군 당국은 롯데그룹이 1995년 사업 추진 계획을 공식화했을 때부터 ‘안전 및 군사작전 수행’을 이유로 활주로 각도 조정을 지속적으로 반대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찬성’으로 급선회했다.
정부는 2009년 3월 “(제2롯데월드와 멀어지도록) 활주로 각도를 3˚ 변경하면 항공기 안전운항에 이상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정부가 입장을 바꾼 데는 항공운항학회 보고서가 영향을 줬다. 국무총리실 산하 행정조정협의위원회는 2009년 1월 3˚ 변경안에 대한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같은 해 3월 5일 연구용역을 발주한다. 학회는 20일 만인 3월 25일 “제2롯데월드 건축과 관련해 서울공항의 비행 안전성은 문제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한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객관적 검증을 마쳤다고 판단하고, 3월 31일 최종적으로 건축 허가를 내준다.
이러한 결론은 공군이 참여정부 때인 2007년 타협안으로 제시한 ‘활주로 7˚ 변경안’에서도 크게 후퇴한 것이다. ‘활주로 7˚ 변경안’은 서울공항 동편 활주로를 우측으로 틀어 제2롯데월드로부터 더 빗겨나게 함으로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롯데 측은 여기에도 난색을 표했었다. 인근 야산을 낮추는 공사 등에 1조2000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반면 3˚ 변경안의 사업비는 3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최종적으로 ‘3˚ 변경안’이 받아들여지자 각종 “로비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 군 이상희·이계훈, 롯데 이인원 등 수사 선상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군과 정부, 롯데의 의사결정권자들이 수사 선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군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경위와 인허가 승인 과정, 이 과정에서 제기된 로비 의혹 등이 확인할 부분이다.
당시 군 쪽에서는 이상희 국방부장관과 이계훈 공군참모총장 등이 최종 의사결정권자였다. 정부 쪽에서는 조원동 국무총리실 차장이 행정조정협의위원회 실무를 맡아 주도했다. 학회 보고서 작성에는 송 모 한국항공대 교수가 주로 관여했다.
롯데 쪽에서는 이인원 롯데쇼핑 정책본부장(부회장)을 중심으로 소진세 롯데쇼핑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 등이 주요 의사결정을 담당했다. 이 부회장과 소 사장은 이미 출국금지됐고, 노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에 연루돼 지난 11일 구속됐다.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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