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금산의 화학공장에서 불산 유출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는 지난 2013년 7월과 2014년 1월,8월에도 불산이 유출돼 하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주민과 근로자 등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이번까지 총 4차례나 같은 사고가 나면서 주민들은 관리 당국에 강력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5일 금산경찰서와 충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6시 35분께 충남 금산군 군북면 조정리 반도체용 화학제품 제조업체인 램테크놀러지에서 불산과 물 400㎏이 유출됐다. 이 가운데 불산(순도 49∼55%)의 양은 100㎏으로 확인됐다.
불산은 무색의 자극적 냄새가 나는 휘발성 액체로 전자회로, 각종 화학물질 제조 등 산업용 원자재로 사용된다. 염산이나 황산보다 약한 산성이지만 인체 침투성이 강하다. 호흡기와 눈, 피부에 흡수되면 자극 증상을 일으킨다.
불산 유출로 인근에 악취가 퍼졌고, 공장 500m에서 반경 이내에 사는 주민 100여명이 초등학교 체육관으로 대피했다. 일부 주민은 어지럼증을 호소해 병원치료를 받았다. 당시 공장에는 20여명이 일하고 있었지만, 방독면 등 보호장구를 하고 있어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오후 7시 20분쯤 불산 중화 작업을 마쳤다.
화학물질 안전원 등이 불산 농도를 측정한 결과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자정 무렵 일부 주민들이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집에 가지 않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찰은 유독물 이송 배관 일부가 파열돼 불산이 유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유독물 이송 배관 일부가 파열돼 불산이 유출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또 공장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공장 측이 불산 유출 사실을 1시간여 늦게 119에 신고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공장 관계자들을 소환해 관련 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해 과실이 확인되면 입건하겠다”고 말했다.
이 공장에서는 몇 차례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2014년 8월 불산 3∼7㎏이 유출돼 공장 근로자 4명과 인근 주민 3명이 구토와 어지럼증 증상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2014년 1월과 2013년 7월에도 불산이 유출되면서 마을 하천 물고기 수천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공장 측은 불산을 취급하는 공정을 2018년 이전 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또 같은 사고가 나면서 주민들은 관리 당국에 강력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군북면 황규식 조정리 이장은 “지난 사고가 났을 때 정부가 안전하게 관리를 하겠다고 약속해놓고 다시 불산이 유출돼 이제 아무것도 믿을 수가 없다”며 “재발 방지 대책은 더는 믿을 수가 없고 공장 폐쇄만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금산 =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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